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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2세 유아, 1시간 응급실 찾다 의식불명…병원은 “119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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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경련 일으킨 2세 아이도 ‘응급실 뺑뺑이’

11분 만에 119 출동했지만 응급실 1시간 찾아

겨우 찾은 병원에서 진료 받았지만 의식불명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의료대란의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응급 소아환자가 1시간 가량 응급실을 찾다가 의식불명에 빠진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이데일리

(사진=KBS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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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KBS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오후 8시 40분쯤 2살 A양은 열과 함께 경련 증상을 보였다. 이에 A양의 어머니는 바로 119에 전화했고 11분 만에 구급대원이 도착했다.

하지만 구급대원은 A양의 어머니에 “지금 받아주는 병원이 없기에 어머님도 같이 병원에 전화를 돌리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로 10여 분 동안 경기 서북권역 병원 6곳에 전화를 했지만 모두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고, 일단 급한 상황에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향했으나 역시 진료를 거절당했다.

A양의 어머니는 당시 병원 측에 “지금 아이가 너무 위급한 상태다. 우리 아기 좀 봐달라”고 했으나 병원 측에선 “지금 119랑 같이 있으시다면서요. 그럼 괜찮은 거 아니에요?”라고 묻더라고 한탄했다.

1시간여가 지난 오후 9시 45분쯤 12번째로 연락한 병원에서 겨우 응급 진료를 받으며 약을 투여해 곧 경련은 멈췄으나 A양은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 한 달째 의식불명에 빠진 상태다.

앞서 연락한 11곳의 병원 중에는 소아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도 있었으나 “소아과 의사는 있지만 소아신경과 담당의가 없다”면서 A양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A양 외에도 병원에서 환자 수용을 거부해 여러 곳의 응급실을 찾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로 피해를 본 환자들의 사연이 전해진 바 있다.

일례로 지난 9일 오전 2시 16분 구로역 작업 차량 충돌사고로 오른쪽 다리가 골절된 50대 직원이 119에 의해 옮겨졌지만 4분 거리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환자 수용이 어려워 결국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사고 발생 15시간 51분 만인 9일 오후 6시 7분이 돼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충남 서산과 충북 음성에서 응급 분만을 거부당한 산모들이 구급차에서 출산하는 일도 있었다. 이 밖에도 중증 환자들이 응급실을 돌다 결국 심정지에 빠지는 일도 발생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받은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응급실 뺑뺑이 건수는 2023년 4227건에 비해 2024년 상반기 2654건(한해 약 5300건 추정)으로 비슷하거나 다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문은 열려있지만 사실상 전공의가 없어 인력 부족으로 중증 환자들을 입원시키는 일이 불가능하기에 병원이 없어 여러 곳을 전전해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가 출근한 비율은 8.7%에 불과하다. 1만 3531명 중 1179명만 병원에 남아 있는 셈이다.

의료 대란이 6개월 넘게 장기화되자 상급종합병원의 환자들을 일부 분담하던 2차 병원들도 환자 수용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오는 14~18일 추석 연휴 기간을 대비해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해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하고 문 여는 병·의원 및 약국을 올해 설 연휴의 1.5배인 일 평균 180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서울대병원 등 권역·지역응급센터 31곳, 서울시 서남병원 등 지역응급의료기관 18곳, 응급실 운영병원 20곳 등 응급의료기관 69곳은 추석 연휴에도 24시간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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