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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재개발·재건축, 소형평형 의무공급 규제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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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시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4㎡ 이하)의 주택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공급 기준이 30년만에 사라진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주거환경 맞춤형 주택공급이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금도 국민평형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전용면적 84㎡는 여전히 공급주택의 주를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정비사업시 소형주택 의무공급비율을 없애기로 하면서 재건축 이후 주택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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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시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공급 기준이 30년만에 사라진다. 국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핌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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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주택규모 의무화 해제, 지역 맞춤형 설계 가능

국토교통부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정 및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가운데 재개발, 재건축 등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을 일정 비율 범위에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던 규제를 해제했다. 지난 1993년 수도권 정비계획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30여년 만이다.

소형주택 의무 공급 조항은 수도권 정비계획에 따른 규정으로 일반법으로는 수정할 수 없다. 하지만 주택공급규모를 자율화한 이번 재건축·재개발촉진법도 특별법인 만큼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주택형 비율을 조합이 원하는대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손대는 건 아니고 일반 전체 가구수에 대한 비율 의무화가 없어진다고 보면 된다"면서 "최종적으론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재개발사업은 80%이상,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사업은 60% 이상 비율을 맞춰야 하는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규제 완화로 사업여건 등을 감안해 정비계획에 유연하게 반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조합이 지역별 주거트렌드에 맞게 원하는대로 주택형 비율 설계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전용 59㎡미만 소형주택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부채납 대상인 임대주택을 제외한 일반 분양대상 주택에선 59㎡미만 주택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전용 84㎡초과 주택을 공급할 때 공급가구수 규정에 맞추기 위해 전용 100㎡(40평형대) 대신 60평형 이상 중대형 주택을 지어야하는 문제도 사라질 전망이다. 2009년 입주한 반포주공3단지 재건축 반포자이는 중소형 60%를 제외하고 공급가구수를 맞추기 위해 200~300㎡의 초대형 주택을 어쩔 수 없이 배치한 바 있다.

또 10평형대 원룸을 대거 공급하는 문제도 줄어들 전망이다. 소형주택 가구수 규정을 맞추기 위해 강남권 단지에서는 대부분의 중소형 주택을 전용 84㎡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주거용 오피스텔처럼 원룸을 배치하는 행태가 일반적이다.

30년 만에 재건축·재개발 소형주택 의무비율이 사라지지만 '국민평형'인 84㎡ 물량은 여전히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최근 인구감소와 핵가족화 심화로 가족구성원이 줄어듦에 따라 굳이 100㎡ 이상 대형주택이 필요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59~84㎡ 중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수도권 등 상대적인 비인기지역에선 59㎡ 주택도 상당부분 인기를 누릴 것이란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면적들이 줄어든다 해도 평면이 많이 개선되고 가족 구성도 줄어들면서 중소형에 대한 니즈가 커졌다. 국민평형이 (전용 84㎡에서 전용 59㎡로) 바뀔때도 된 시점"이라며 "또 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가 강조되는 상황인 만큼 평수를 줄이는 대신 커뮤니티 시설을 부각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건축 설계기술의 발달로 면적이 작더라도 공간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되면서 재건축 시 평수를 줄여 분담금을 최소화하는 수요자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송 대표는 "면적을 줄일수록 추가적인 가구수를 확보할 수 있어 재건축하는데 있어 분양수익을 키우고 사업비 조달을 할 수 있게 된다"면서 "조합원들 입장에선 추가적인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면적을 줄여가는 구조가 되다보니 소형평형의 인기는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 강남 등 인기주거지, 중소형 주택 격감 가능...서민 진입 더 힘들어진다

다만 일부 조합에서 소형을 기피하면서 중대형 위주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준 국평'인 전용 59㎡도 자취를 감출 것이란 이야기다. 이처럼 아파트 고급화를 위해 대형 타입만 적용할 경우 서민들의 진입 관문이 없어지게 될 것이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이번 소형주택의무비율 폐지는 사실상 그동안 금지됐던 대형평형 주택 단지를 허용해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특히 강남권이나 용산 등 이른바 부촌으로 꼽히는 지역에선 전용 84㎡ 미만의 소형평수는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형 주택이 사라지면 서민들의 진입은 더 힘들어진다. 평당 분양가를 분석해보면 통상 소형주택이 중대형, 대형주택보다 낮은 금액을 보인다. 즉 전용 84㎡ 초과 중대형 주택은 중소형주택보다 평당 분양가 자체가 높은데다 공급면적이 넓은 만큼 총분양가는 더 올라간다. 이로 인해 전용 84㎡초과 중대형주택 위주로 공급되면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지 못한 수요는 부촌에 발을 들일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최근 강남에서 분양했던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 전용 84㎡에는 3만1939명이 몰렸다. 경쟁률은 66.9대 1을 기록했다. 분양가는 22억원대로 전용 59㎡가 16억~17억원대로 책정된 점을 감안하면 최소 5억원 이상 차이가 있음에도 수요가 몰렸다. 소형 평수를 없애고 중대형만 공급해도 수요는 충분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등 돈이 몰리는 지역의 경우 아파트 고급화를 위해 100평짜리만 공급한다 해도 문제없이 완판되겠지만 다른 지역의 경우 분양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지역별로 맞춤형으로 설계를 할 수 있어 사업이 오히려 잘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오히려 서민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을 고급화하기 위해 소형을 없애고 넓은 평수만 집어넣는다면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주택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생긴다"면서 "정책은 좋지만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7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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