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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NW리포트]'파운드리 매각 검토' 인텔도 손들었다…삼성, TSMC 아성 넘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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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사진=연합뉴스 제공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반도체 황제의 몰락, 중앙처리장치(CPU) 절대 강자의 위기

인텔의 이야기다. 한동안 CPU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인텔이 나락의 길을 걷고 있다. 부진한 실적으로 위기를 맞은 인텔은 결국 군살빼기에 돌입했다. 인력 구조조정에 이어 이번에는 사업 부문에 칼을 빼들었다.

특히 야심차게 재진출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TSMC의 아성을 꺾이는 커녕 해당 부문에 대한 매각 검토마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파운드리 기업인 삼성전자에도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CPU 강자 인텔 몰락 이유는

3일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은 불필요한 사업 정리 및 자본지출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 중이다. 구체적인 구조조정안은 이달 중순 예정된 이사회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검토되는 구조조정안으로는 프로그래머블 칩(programmable chip) 사업부 매각, 독일 공장 건설 계획 중단 등이다. 심지어 최고경영자(CEO) 펫 겔싱어가 패기 있게 재건을 외쳤던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한 매각 검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인텔이 군살 빼기에 나서려는 것은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한 재무 상황 악화 탓이 크다. 지난달 초 인텔이 공개한 실적발표를 살펴보면 올해 2분기 인텔의 매출액은 128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7000만달러 줄었다. 순손익은 지난해 2분기 14억8000만달러 순이익에서 올해 16억1000만달러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이는 시장 예상에 못 미쳤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부진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훈풍으로 실적이 살아나고 있는 다른 반도체 기업들과도 대조적이다. 이에 인텔은 직원 15% 감원, 배당 중단 등을 발표했다.

인텔을 위기로 몰아넣은 패착으로 꼽히는 원인으로는 기술력 및 우수 인재 등한시 등 경영진들의 판단 미스가 지적된다. 앞서 영업통, 재무통 CEO들이 주도권을 잡아 단기 실적 등에 집중하면서 연구개발(R&D), 투자와는 멀어져갔고 AI 시대 흐름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강점을 보였던 서버용 CPU 시장에서는 AMD에 쫓기는 신세가 됐고 드라이브를 걸었던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지속 여부다. 사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는 만큼 유동적이지만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펫 겔싱어는 2021년 인텔의 수장이 되면서 2018년 철수했던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파운드리 2인자 자리에 올라서겠다며 지각 변동을 예고했지만 현주소는 다르다.

견고한 TSMC 파운드리 성벽, 삼성 넘으려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바에 의하면 인텔은 올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상위 10개사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또한 인텔 파운드리 매출 가운데 외부 판매 비중은 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내부 고객, 즉 자사 물량이라는 얘기다.

반면 파운드리 시장의 절대강자인 TSMC의 성벽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같은 기간 TSMC의 시장점유율은 62.3%로 1위이며 점유율도 전분기 보다 0.6%p 증가했다.

TSMC는 최근 자사 주력 3nm(나노미터·10억분의 1m)와 5나노 공정 제품에 대해 8%가량 가격 인상에 나서기도 했는데, 고객사들의 러브콜은 오히려 끊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도 전분기(11%)보다 0.5%p 오른 11.5%로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지만 TSMC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이들의 점유율 차이는 직전 분기 50.7%p에서 2분기 50.8%p로 커졌다.

시장에서는 인텔이 결국 파운드리 사업에서 발을 뺄 경우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인텔이 대부분 자사 물량을 소화하는 등 시장점유율이 미미했다는 점에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 역시 TSMC의 아성을 깨고 넘어서려면 인텔의 이같은 오류들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궁극적으로 기술력이 승부처라는 점에서 수율 개선 등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고객 확보도 뻬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기술적인 문제와 신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에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접는다 해도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따라 잡아 우위를 점하려면 인텔의 실패 이유들을 반면교사 삼아 지속적인 기술 개발은 물론 신규 고객사 등 고객 확보에 전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단비 기자 2234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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