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2.0%…41개월만에 최저
이창용 "금리 인하 타이밍 생각할 때"
신성환 "집값은 버블…통화정책 스탠바이"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08.22.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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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미국의 9월 정책금리 인하가 기정 사실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결국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인 2.0%대로 떨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만 보면 인하는 충분하다"며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됐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한은의 금리 고민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수도권 집값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금통위원 중에서 가장 비둘기파적으로 알려진 신성환 위원이 연일 매파 발언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금융안정을 이유로 한은이 이르면 11월이나 되야 금리를 움직일 것으로 본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54(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해 3년 5개월 만에 최저 상승을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1.9%를 기록했다. 근원물가가 1%대로 떨어진 건 36개월 만이다.
물가만 보면 인하 충분 여건이 마련됐다. 이 총재는 전날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 경제와 금융 안정' 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2%대 물가에 대해 "이제 (금리를) 어떻게 움직일지 적절한 타이밍을 생각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54(2020=100)로 1년 전보다 2.0% 올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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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여건도 좋다. 미국의 9월 금리 인하도 확실시 되면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시장참가자들의 9월 금리 인하 예상은 100%에 달한다. 이는 그대로 대외 금리 역전차 축소에 따라 외인 이탈 가능성과 고환율에 대한 우려를 낮춰 금리 인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반면 내수 부진 우려에 금리를 낮춰야할 이유는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는 수출 호조에도 반도체 중심 수출에 내수로의 낙수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불확실한 미 대선에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있다는 점도 내수 반등을 제약하는 요소다.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섣불리 금리에 손 대지 못한 이유는 좀처럼 잡히지 않은 집값과 가계부채 때문이다. 금융 안정에 대한 불안이 금리 인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 과열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집값 급등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한은이 집값 급등을 부채질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도 힘들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은 둘째 기준 0.32%로 5년11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셋째 주에도 0.28%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시중은행의 8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조9115억원 늘며 2016년 1월 이후 월간 기준 가장 큰 증가폭을 보인 상황이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서울 아파트 거래량과 가격이 모두 오른 가운데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 가격 격차도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이 5.27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순으로 5등분해 상위 20%(5분위)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8월 서울의 상위 20% 아파트값은 평균 25억7759만원, 하위 20% 아파트값은 평균 4억8873만원으로 5.27배 차이가 났다.27일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 2024.08.27. yes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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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위원은 황건일 위원과 함께 금통위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되며 금통위에서 가장 먼저 인하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매파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 전망을 담당하는 김웅 부총재보의 발언에서도 한은이 쉽게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는 속내가 읽힌다. 그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물가를 감안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여건은 마련됐는데 집값이나 가계부채가 변수"라며 "금리 향방은 가계 빚 등 금융 부문의 금융 안정에 달려있다고 풀이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한은이 집값과 가계부채를 금리 동결 이유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10월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을 내놓는다. 주택담보대출이 통상 계약 시점에서 2~3개월 시차를 두고 실행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이달 말까지 급등세가 잡히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이 10월 인하에 나서려면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세 진정이 확인돼야 하지만 쉽지 않다"면서 "정부와 한은이 하반기에 우리 경기 흐름이 좋아질 것으로 판단한다는 점도 10월 인하 기대를 낮추고 11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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