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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미국 중앙은행, Fed 의장이 독립적이라는 착각 [뉴스에 안 나오는 美 대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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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트럼프와 해리스의 ‘건곤일척’ 대결의 흐름을 미국 내부의 고유한 시각과 키워드로 점검한다.
<3>연준의 정치적 중립성
한국일보

'아버지 부시'로도 통하는 조지 H. 부시 대통령(오른쪽)이 1990년 8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존 스누누 비서실장을 배석시킨 가운데 앨런 그린스펀(왼쪽) 연준 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지 H 부시 대통령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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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가 당락 가른 닉슨과 부시
정치 로비에 강했던 그린스펀
해리스 유리한 금리인하 예상

9월에는 미국 대선과 세계 경제에 중대 변수가 될 이벤트가 있다. 2주일 뒤(9월 18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2020년 3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해 주택 관련 자금 및 월세 부담을 낮춰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양대 목표가 통화정책을 통한 고용과 물가안정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요 증시도 이런 방향으로 가격이 조정되고 있고,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파국적 결과로 치달을 수 있다. 그런데 (금리 결정은) 정치영역까지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사실 미국 대선의 두 후보 진영에서는 매우 뜨거운 토픽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은 대통령은 통화정책 결정에 더 많은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화정책도 정치적 성격을 갖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연방의회의 트럼프 지지 그룹도 11월 대선을 앞둔 시점의 금리 인하는 (민주당에 유리한) 정치 편향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금리 인하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에 유리할 것인 만큼, 연준이 대선 이슈로 떠오르는 혼돈 속에서도 백악관은 지난 5월 '연준 독립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금 같은 정치적 압력을 감안, 연준은 110년 전 독립성을 보장하는 체제로 출범했다. 미 의회의 통제를 받는 대부분 연방정부 기관과 달리, 연준 예산은 국채 등을 통해 조달한 이자에서 편성된다. 그렇지만 장기 통화정책이 단기 문제와 충돌하는 '대선의 해'에는 정치 압력이 극심해지고 때로는 임계 수준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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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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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대통령과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재선을 앞두고 연준 의장에게 압력을 가했던 게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닉슨 대통령 임기에 연준 의장이었던 아서 번스는 압력을 수용, '선거의 해'인 1972년 금리를 인하했다. 미국 경제에 단기적 호황을 가져다줬지만, 과열로 치달았고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미국 경제는 회복에 이후 수년이 걸렸고, 닉슨의 후임자인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은 (닉슨 시절의 잘못된 금리 결정에 따른 결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1990~1991년 당시 빠른 경기 회복을 원하던 아버지 부시도 연준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길 바랐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앨런 그린스펀 의장에게 공세적 금리 인하 압력이 가해졌다. 마침 임기가 종료된 그린스펀에 대한 재임명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 부시는 그걸 레버리지로 사용했다.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그린스펀이 1992년(대선의 해) 3%의 성장률 달성에 필요한 금리 인하에 나서줄 것을 기대하며, 2기 연임을 허용했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부시 행정부가 만족할 만큼 금리를 빠르게 낮추지 않았다. 대선에 패배한 아버지 부시는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가 시작된 지 몇 주 후에 1992년 4분기 성장률이 4%를 넘었다는 걸 알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아버지 부시는 자신의 패배를 그린스펀 탓으로 돌렸다.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인물이 맡아야 하는 연방수사국(FBI) 국장처럼, 역대 대통령은 반대 정파 대통령이 임명한 의장을 재신임하는 방식으로 연준 독립성을 중시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레이건, 클린턴,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0년 동안 그렇게 했다.

하지만 연준 의장이 독립적이라고 믿는 건 유치한 생각이다. 역대 두 번째로 최장 임기(18년)를 보낸 그린스펀은 5연임 동안의 대부분 기간에 연방 상하원 의원과의 연줄 맺기에 주력했다. 사적인 식사 및 연준 소유 테니스장에서 게임을 하거나, 자신보다 더 유명한 아내(NBC 기자인 안드레아 미첼)와 함께 워싱턴 엘리트들과 교류했다. 필자도 연방의회에서 일할 때, 그린스펀이 록펠러 가문의 일원인 제이 록펠러 상원의원과 교류하며 클래식 음악을 함께 감상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던 그린스펀은 4번의 대통령 임기를 거치는 동안 연준을 대표해 로비를 벌인 최고 정치인이었고, 실제로도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반면 현재 재무부 장관인 재닛 옐런은 최초의 여성 연준 의장이었지만, 독립적 태도를 유지하다가 연임에 실패했다. 독립적이고 사교모임에 참여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재임명하지 않았다.

미국 법무부에는 '60일 규정'이라는 비공식 정책이 있다. 대선을 60일 앞두고는 연방검찰이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줄 새로운 기소나 정치적 조사를 발표하지 않는다는 정책이다. 이 정책은 연준에 적용해도 타당하다. 연준이 18일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대선까지 7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리스 진영은 원하던 바를 얻게 될 것이다.

11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어왔다. 연준과 연준의 금리 결정은 최대 변수가 아닐 수는 있어도, 주요 변수 중에 하나임엔 틀림없다.

한국일보

폴 공 미국 루거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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