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6 (월)

국회로 온 연금 개혁안, 야당 “국민은 사라지고 재정만 남아” 험로 예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4일 연금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공이 국회로 넘어왔다. 국민의힘은 정부안을 “미래세대를 위한 빅스텝”이라고 호평하며 국회 연금특위를 꾸리자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여당 안보다 소득 보장이 약화됐다며 “국민은 사라지고 재정만 남았다”, “국민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시작부터 여야의 이견이 크게 드러나면서 합의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정부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원래 예정인 40%까지 낮추지 않고 현재의 42%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험료율 인상에 세대별 차등을 둬 50대는 가장 빠르게, 20대는 가장 느리게 올라가도록 했다. 재정 여건이 나빠지면 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자동안전장치도 도입했다.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국민의힘 연금개혁특위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모든 세대가 혜택을 공평하게 누리는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뒀다”며 “연금에 신뢰를 상실한 청년·미래 세대를 위한 빅스텝”이라고 추켜세웠다. 특위 위원장인 박수영 의원은 “소득대체율을 44%로 했을 땐 연금 고갈이 (겨우) 9년 연장된다”며 “70년 정도 가는 연금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사회수석 출신의 안상훈 의원은 연금 소득이 줄어든다는 지적에 “퇴직연금도 연금화해 보충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연금의 안정적 지급보다 정부의 재정부담을 덜어내는데 몰두한 개혁”이라며 “2030년 수급자 기준 연금 총액의 17%가 삭감된다. 국민은 사라지고 재정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그는“국민의힘이 기존(21대 국회)에 주장하던 소득대체율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국민의힘이 국민을 속였나”라고 지적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그동안의 국회 논의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국민을 갈라치는 나쁜 방안”이라고 말했다. 세대별로 차등을 두는 데 대해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세대 갈라치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가 말한 ‘그동안의 국회 논의’는 21대 국회가 끝나가던 지난 5월 말 국회 연금특위에서 보험료율을 13%, 소득대체율을 43~45%(국민의힘 43%, 민주당 45%)로 올리기로 잠정 합의했던 내용을 말한다. 당시 이재명 대표가 소득대체율을 44%로 양보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의 잠정 합의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자고 한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가 양보한 내용이 있는데 정부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새로운 안을 가져오면 안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당내 의견을 수렴한 후 5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재정 안정보다 노후 소득 보장에 중점을 둬 왔던 터라 소득대체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어느 상임위에서 논의할지도 여야가 부딪혔다. 국민의힘은 여야 동수로 연금특위를 꾸리자고 한다.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함께 개혁해야 하므로 상임위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우선 연금개혁이 중심이므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향후 연금개혁안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기 좋은 무대를 고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복지위에선 민주당 의석이 많고 위원장도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해병대원 순직 사건, 누가 뒤집었나? 결정적 순간들!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