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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한동훈 등판' 8할은 홍준표 덕"…원외대표 한계 겪은 洪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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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니 한동훈을 조기 등판시킨 건 8할이 홍준표 덕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의 평가다. 4ㆍ10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 두 달 만에 당권 쟁취에 나선 배경엔, “절대 나와선 안 된다”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거센 공세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중진 의원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홍 시장이 때려댄 덕분에 한 대표의 총선 책임론이 외려 희석됐다”고 했다.

중앙일보

홍준표 대구시장이 6월 26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선8기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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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홍 시장은 총선 참패 직후부터 한 대표를 “정치 아이돌”→“문재인 사냥개”→“철부지 정치 초년생”→“윤석열정권 폐세자”라고 지칭하며 비판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과 부부동반 만찬을 한지 나흘 뒤인 4월 20일엔 한 대표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한 대표는 비대위원장 사퇴 아흐레만에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이란 반박 메시지를 자신 SNS에 올렸다. “자숙하고 있던 한동훈 위원장이 페북에 글을 올리는 명분을 만들어 준 것으로, 그때부터 모든 (당권 도전) 논의가 시작됐다”(이재영 전 최고위원)는 게 당시 여권의 일반적 평가였다.

홍 시장의 공개 비토에도 한 대표는 보란 듯 지난 7ㆍ23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득표율(62.8%)을 기록하며 당권을 쟁취했다. 표면적으로 볼 땐 홍 시장의 말과 정반대 결과가 나온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평가는 조금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홍 시장의 예민한 정치 감각을 고려했을 때, 그가 원한 결과는 한동훈의 조기 등판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의 분석은 이렇다. 여권의 잠재 대선주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정치권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대선 직전에 등장해 바람몰이하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사례가 2021년 7월 말 입당해 석 달 만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리를 꿰찬 윤석열 대통령이다. 당시 홍 시장은 윤 대통령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이 관계자는 “한 대표가 예상보다 일찍 등판하면서 대선까지 남은 3년 동안 무수히 많은 정치력ㆍ정책 능력ㆍ도덕성 등의 검증에 직면하게 됐다”며 “한 대표의 참신함이 떨어지게 되는 것도 홍 시장이 조기 등판을 원한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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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경기 안성시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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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시장의 이런 의도가 ‘원외 대표’의 어려움을 먼저 겪었던 자신의 경험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홍 시장은 2017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23일 만에 귀국해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며 당권 쟁취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 주류가 아닌 데다 총선 공천권이 없는 원외 대표의 한계는 뚜렷했다. 국회 현안을 현역 의원이 주도하며 당 대표가 배제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당시 원내 전략을 논의하던 한 의원총회에서 현역 의원들이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며 당 대표인 홍 시장을 내쫓다시피 하자, 홍 시장이 “국회의원이 이렇게 대단한 건 줄 몰랐다. 다음엔 내가 꼭 다시 배지 달고 돌아오겠다”며 대꾸한 건 유명한 일화다.

홍 시장이 의도했든 아니든, 현재 한 대표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이같은 원외대표의 한계를 대표적 요인으로 꼽는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4일 CBS라디오에서 “총선이 4년 뒤에 있기 때문에 지금 국회의원들이 (한 대표에게) 가서 급히 줄 서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또 바깥엔 오세훈이나 홍준표 같은 경쟁자가 있다”며 “윤 대통령은 대선이 9개월밖에 남지 않았을 때 (등장해) 검증을 피해서 우당탕 들어갔지만, 한 대표는 지금 2년 6개월 남았다. (검증을) 피할 도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한 대표가 현재 가장 유력한 여권 대선주자인 만큼, 선거법 공소시효(10월 10일)와 예산정국이 지나면 정국 주도권을 쥘 것이란 관측도 있다. 친한계인 박정훈 의원은 4일 CBS인터뷰에서 “선거법 공소시효와 예산 정국이 끝나면 한 대표와 대통령이 균형된 상황에서 만날 수 있다고 본다”며 “지금은 대통령이 절대적으로 힘이 강한 시기라 의원들이 말을 못하는 데, 이 시기가 좀 정리되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그런 균형적인 상태가 올 것”이라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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