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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전문가들이 본 불확실·경직 가득한 韓 AI..."기민한 대응 절실"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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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전세계 AI 열풍이 국가 간 패권 경쟁으로 연결되고, 시장에선 어느덧 'AI 거품론'과 함께 AI 비즈니스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된 시점이다. 반면 'AI G3(인공지능 3대 국가)' 도약을 천명한 대한민국의 AI 정책, 사회적 합의, 글로벌 진출 경쟁력 등에는 여전히 불확실성과 경직이 가득하다. 이를 진단한 전문가들이 내놓은 해법의 공통적 키워드는 '기민한 대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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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이해민 의원, 조승래 의원, 최형두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주최한 'AI와 DX(디지털 전환)의 미래 정책 방향' 토론회에선 각계 전문가들이 다양한 관점의 국내 AI 정책 성장 방향을 내놨다. 주제와 관점은 조금씩 달랐으나 우리만의 AI 제도화, 거버넌스 구축, 규제와 진흥의 명확한 경계 설정 등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첫 발제를 맡은 고환경 AI 전략최고위협의회 위원(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AI 법제화의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고 위원은 이미 뚜렷한 성격의 AI 정책 방향성이 수립된 EU(유럽연합),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아직 뚜렷한 성격이 정의되지 못한 국내 AI 기본법 논의 현황을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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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직 존재하지 않는 기술에 대한 위험까지 사전적으로 강도 높게 규제를 가하는 EU AI법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국내 적용에 좋은 롤모델이 아니란 얘기가 꾸준히 나온다"며 "이런 모델은 유럽 외신들도 빅테크만 준수 가능한 수준의 규제 준수 비용이 필요해 혁신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논의 중인 국내 AI 기본법이 상당수가 EU AI법의 영향을 받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도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규제보단 AI 거버넌스를 먼저 정리해 온 국가"라며 "우리도 국가AI위원회 등이 국가 AI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 특히 22대 국회가 신속한 입법과 거버넌스에 대한 일관된 정책을 지원함으로써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이라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번째 발제자인 이용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본부장은 'AI 기술 확산에 따른 사회 경제적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본부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 기업들의 AI 활용률, 국민들의 긍정적인 인식, 과기정통부가 예측한 연간 수백조원 규모의 AI 파급효과 등 긍정적 지표를 다수 제시하며 AI의 잠재력과 도입속도 기준 사분면에 따라 적절한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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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사분면 오른쪽 하단의 제조, 교육 분야 등은 잠재적 AI 도입 영향이 큼에도 도입 속도는 떨어지는 만큼 정부가 도입 속도를 높이기 위한 허들 제거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잠재력과 도입속도 모두 낮은 대부분의 영역에 대해선 AI 기술 적용 측면에서 얼마나 소외되어 있는지 살피고, 다양한 활용 사례를 널리 보급해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까지 AI가 기술주도 시장으로서 매일 LLM 모델의 성능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이젠 활용 중심 시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AI를 대하는 근거 없는 불안 요소에 대한 해소 노력, 편향성 제거 등을 위해 정부가 신뢰성 높은 데이터를 확보해 제공하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산, 학, 연, 관 전문가들이 고루 의견을 제시했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 정책 실장은 "최근 AI 기본법 논의 국회 소위에서도 조금 늦었으니 빠르게 서두르면서도 AI 규제 수준, 혁신 동력을 어떻게 보장할지 제대로 된 논의를 하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이에 향후 공청회를 거쳐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AI 위험 관리와, 학습 데이터 저작권 이슈 등 각종 불확실성을 법적으로 빨리 해소해주는 것이 국내 AI 발전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이 EU와 중국의 중간 수준의 독특한 산업환경을 갖춘 만큼 우리만의 특색을 갖춘 제도와 법적 틀을 갖춰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용진 메스프레스 대표는 전세계 100대 생성형 AI 서비스 중 하나인 AI 교육앱 '콴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기업이 피부로 느낀 AI 경쟁 상황을 털어놨다.

이 대표는 "사람들은 여전히 최고의 AI 바둑기사로 알파고를 떠올리고, 챗봇은 챗GPT를 떠올리듯 AI 시장은 선점 효과가 대단히 중요한데, 글로벌 디바이스 및 운영체제 회사들은 그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으려 선제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AI 투자가 극도로 얼어붙고 수익이 나야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한국이 진짜 AI G3 강국이 되려면 기민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이미 인터페이스, 운영체제, 클라우드, 자금 지원 등 모든 부분이 뒤처진 만큼 우리가 지닌 역량을 바탕으로 전략적인 승부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장준영 법무법인 세종AI 센터장은 "AI는 갑자기 떨어진 기술이 아니라, 몇십년간 정보처리 기술과 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전한 것의 화룡점정적 기술이다. 특히 한국은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 및 활성화를 위해 역대 정부에서 공공데이터 활성화 법률, 지능정보화 기본법, 데이터 기본법 제정 등 데이터 활용 정책에 적극적인 국가였다"며 "AI 입법 측면도 해외사례를 보고 우리에게 맞는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데이터를 잘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이에 맞춰 그간의 노력을 계승, 발전하는 측면에서도 AI 기본법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제언했다.

데이터 분석 및 전략을 강의하는 최보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교육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AI 활용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최근 학생들의 논문 및 에세이 질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는데 AI를 적극적으로 쓰는 학생과 아닌 학생의 차이"라며 "이를 칭찬할 수도 꾸짖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AI 활용을 막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만큼 무조건 막기보단 AI를 어떻게 잘 써서 창의적 생각을 집어넣도록 할 것인가 유도하는 방향의 교육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산업계에선 아직 28%만 AI를 쓴다는데, 학생들은 80%가 이용 중이며 나머지 20%도 막연한 불안감에 의한 것일 뿐 한번 경험만 하면 두 번 쓰지 않는 학생은 없다"는 경험담을 공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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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행사엔 17~20대 국회의원이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박영선 전 장관이 깜짝 방문 후 의견을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시간 하버드 대학에 있어보니 AI 사용을 막지 않는 대신 AI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방법을 숙제로 주는 분위기"라며 "이제 우리는 AI가 가져다준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시 문화에 익숙하고, 그에 따라 실패를 두려워하는 경직되고 수직된 문화에선 AI 시대의 선도국가가 될 수 없다"며 "공무원을 해보니 모든 것이 걱정이라 규제를 만들더라. 그러나 그 걱정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게 국회의 정치의 역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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