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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성폭행범의 존엄성?"…佛 피해여성, 범인 51명 공개재판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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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인터넷 채팅으로 남성들에 '아내 성폭행' 제안

피해자 변호사 "부끄러움은 피해자 아닌 피고인들 몫"

연합뉴스

남편에게 10년간 농락당한 프랑스 여성 지젤 펠리코가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남편으로부터 10년 가까이 약물에 농락당해 모르는 남성 수십명에게 성폭행당한 프랑스 여성이 공개 재판을 요구했다.

4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피해 여성인 지젤 펠리코(72) 측은 2일 아비뇽 법원에서 열린 피고인들에 대한 첫 심리에서 공개 재판을 열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그의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72)는 2011년 7월∼2020년 10월 지젤의 술잔에 몰래 진정제를 넣어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인터넷 채팅으로 모집한 익명의 남성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를 성폭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제안에 응해 지젤을 성폭행한 남성 51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져 이날부터 심리가 시작됐다.

이날 법정 방청석엔 일반인과 기자들이 앉아있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대중의 '구경거리'가 될 수 있다며 사안의 민감성 등을 고려해 재판을 비공개로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의 변호인들도 "의뢰인의 사생활 보호와 존엄성을 위해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아내 성폭행을 유도한 프랑스 남성 도미니크 펠리코
[엑스(X·옛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존엄성'이라는 단어가 변호인들에게서 나오자 이 모습을 방청하던 지젤은 "참을 수 없다"고 항의했다.

지젤의 변호사 중 한명인 스테판 바보노도 "그 생각은 미리 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지젤의 존엄성을 짓밟은 성범죄를 저지르고서 법정에서 존엄성을 요구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취지다.

바보노는 "내 의뢰인은 재판이 공개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가 겪은 일의 실체가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길 원한다"며 "재판이 비공개된다면 그는 자신을 성폭행한 50여명의 남성과 오롯이 법정에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젤의 또 다른 변호사인 앙투안 카뮈 역시 "안타깝게도 성범죄에 관한 한 이 나라는 공개보다 침묵을 중시하는데 우리는 침묵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끝까지 완전한 공개를 원한다"고 말했다.

카뮈는 "그는 가능한 한 이 일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한다. 그는 수많은 피해자에게 '우리가 정면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영감을 주길 원한다"며 "공개 재판도 그가 보내는 메시지다. 부끄러움은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들 몫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젤과 그 변호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재판장은 이 사건을 공개 재판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이날 휴정 시간에도 피해자를 위해 마련된 별도의 출입구를 이용하지 않고 일반인이 드나드는 정문을 이용했다.

지젤은 변호사에게 "사람들이 내가 숨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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