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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추석인데 가격이 내려?"…중국 최고 술 '마오타이'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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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가 마오타이 최대 성수기 앞두고도 가격 하락…수요부진·공급확대 악순환

머니투데이

한 중국인이 마오타이 등 바이주가 진열된 진열장을 바라보고 있다./신화=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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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9월 14~17일)와 국경절 연휴(10월 1~7일)가 이어지는 중국의 연중 최대 성수기가 찾아왔지만 중국 주류 시장엔 삭풍이 분다. 매년 '당연히' 올랐던 중국 1위 명주 마오타이(茅台)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상인들은 "10년 내 최악의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4일 중국 주요 주류가격 플랫폼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고급라인인 52도짜리 마오타이 페이티엔(飛天) 500ml 도매가격은 병당 2365위안(약 44만6000원), 상자포함 2660위안(약 50만1700원)으로 보름 전에 비해 하락했다. 8월 17일 기준 도매가격은 병 2450위안, 상자 2785위안이었다.

이는 지난해 9월 초 가격인 병 2785위안, 상자 3005위안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중국 최고 명주 마오타이 가격이 선물 수요가 최고조에 다다르는 추석 전에 하락한 건 마오타이 가격이 일종의 경제지표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최근 수십년간 처음 있는 일이다. 올 초 춘제(음력 설) 성수기 때만 해도 마오타이 가격은 병당 2800위안을 상회했었다.

마오타이는 중국에서 '국주' 대접을 받는 부동의 최고 바이주(白酒)다. 마오타이는 구이저우성 마오타이 마을에서 기원전 한나라 때부터 빚었다는 전설이 있다. 국공내전 당시 대장정에 나선 마오쩌둥과 공산당원들이 구이저우를 지날 때 마을 사람들이 마오타이를 대접했다는 얘기도 있다. 1972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 방중 때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마오타이를 대접하며 전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중국에서 마오타이는 말 그대로 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국에선 내놓는 술로 대접의 격을 표현하는데, 국가 간 행사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가장 중요한 손님을 맞이할 땐 꼭 마오타이를 내놓는다. 마오타이가 곧 최고의 대접을 의미한다. 희소가치도 있어서 투자 자산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경기침체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며, 각 해의 12간지 에디션 등은 거의 무조건 사재기 대상이 된다.

그런 마오타이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상인들은 우선 명절을 앞두고 이뤄진 공급 확대를 꼽고 있다. 마오타이는 올 상반기 전년 대비 15.9% 늘어난 369억7000만위안(약 7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할인과 공급확대, 커피브랜드를 포함한 각종 합작 이벤트 등 총력전을 펼쳤다. 실적은 선방했지만 전망은 어둡다. 젊은층이 마오타이를 포함한 전통주를 외면하고 있다.

게다가 '꽌시'(인적네트워크)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 초고가의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도 갈수록 흐려진다. 올해 들어 이달 초까지 무려 16.3%나 하락한 구이저우마오타이 주가는 이런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다. 마오타이는 중국 본토 시가총액 부동의 1위를 유지해 왔지만 지난 6월 시총 1위 타이틀을 중국공상은행에 내줬다. 기업으로서 다양한 경쟁력 회복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위기를 맞은 마오타이는 지난 4월 CEO를 교체했다. 판매량 회복과 젊은 고객층의 신규 유입을 위해 전자상거래 판매 비중을 늘렸다. 또 대형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싸게 공급된 마오타이가 시장에 대량으로 풀렸다. 그런데 내수경기 부진으로 수요는 요지부동이다. 공급과잉과 수요부진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시장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고는 마오타이를 비롯한 초고가 바이주 시장도 더 축소될 수밖에 없다. 내수가 얼어붙고 있다. 중국의 8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대 성장에 그쳐 저성장 국면을 이어갔고, 소비심리를 직접 반영하는 물가지수는 지난 7월까지 무려 17개월 연속 마이너스이거나 0%대 성장에 그쳤다. 내수소비가 사실상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현지 주류유통업자는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올해 추석 상황은 역대 가장 나빴다고 손꼽히는 지난해 추석보다도 더 좋지 않다"며 "최근 10년 새 가장 추운 추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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