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 권고안, 백악관에 전달 안 돼"
보도 이후 US스틸 주가 17.5% 급락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4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시 두 정상은 양국의 국방·안보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워싱턴=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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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 산업화의 상징으로 꼽혀 온 철강기업 US스틸을 일본제철이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는 외신 보도가 4일(현지시간) 나왔다.
이날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NYT) 등은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제철이 US스틸을 149억 달러(약 19조9,000억 원)에 인수하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불허하는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일본 최대 철강기업인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US스틸 인수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과 노동조합 등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US스틸 매각 문제를 심의하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아직 바이든 대통령에게 권고안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하는데,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에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일본제철과 US스틸은 지난해 12월 CFIUS 심의를 요청했고, 백악관은 당시 미국 안보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CFIUS 심사는 매우 독립적"이라며 "(우리가) 발표할 내용은 없다"고만 관련 질문에 답했다. US스틸도 아직은 CFIUS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 3월 "US스틸은 한 세기 이상 상징적인 미국 철강 회사였고, 국내에서 소유되고 운영되는 미국 철강기업으로 남아 있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공개 반대했다. 7월 말 민주당 새 대선 후보로 등판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노동절인 지난 2일 US스틸 본사가 위치한 펜실베이니아주(州) 피츠버그를 찾아 일본제철의 인수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같은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노동자의 표심 등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매각 불허 방침 보도 이후 US스틸 주가는 17.5% 폭락했다. NYT는 이 사안을 두고 "동아시아 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려고 노력하는 시점에 양국 관계를 흔들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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