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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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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잔치’된 부국제, 불편하다고요?[연예기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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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전,란’ 스틸. 사진 I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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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부터 주요 기대작까지, 모두 넷플릭스 콘텐츠다. 관객 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다. 상영 형태와 별개로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면 그뿐이니까. 다만, 영화계는, 내부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씁쓸하고도 뼈아픈 현실이다. 일각에선 여전히 ‘정통성’을 따지며 답답한 ‘라떼’ 발언을 내뱉고 있지만, (어떤 이유로든)경쟁력을 잃고 자리를 빼앗긴걸 누굴 탓한단 말인가. 콘텐츠의 생명은 결국 관객에게 달렸고, 더이상 관객의 수준도, 니즈도 단순하지만은 않다. 평가 절하하고, 남탓만 할 시간에 내부부터 자각하고 시대에 걸맞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뇌해야 할 때다.

지난해 내홍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오롯이 관객과 함께 영화 축제를 즐길 것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개막작부터 특별 프로그램까지 ‘대중성’을 최우선으로 뒀다고 강조했다.

그 정책에 따라 자연스럽게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작품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아니 사실상 주요 라인업을 다 꿰찼다.

개막작부터 넷플릭스 영화다. 올해의 개막작은 박찬욱 감독 제작, 강동원 주연의 ‘전,란’(감독 김상만)으로 선정됐다. ‘전,란’은 넷플릭스가 투자 및 배급하는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가 OTT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은 처음이다.

영화는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넷플릭스 영화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고 작품 자체를 보고 결정했다. 역대 개막작 중 가장 대중적”이라며 “OTT 작품이라고 해서 영화제에서 제외시킬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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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2’·‘전,란’ 스틸. 사진 I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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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너무하다. 정통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내놓았지만, 창작자 자체가 박찬욱 감독이다. 국내 영화계 간판 감독, 충무로 스타들의 협업이다. 사실상 주요 구성원이 정통 극장용 영화와 다를 바 없는데 이들이 넷플릭스 영화를 택한 것이 핵심이다. 그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 외피에 집착하는 건 어리석다.

2021년 첫 선을 보였던 부산국제영화제 온스크린 섹션도 해를 거듭하면서 점차 확대되는 중이다. 영화제 기간 가장 많은 관객들이 찾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연상호 감독의 ‘지옥-시즌2’가 같은 섹션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영화계는 물론 관객의 관심도 뜨겁다. 벌써부터 치열한 ‘관람’ 전쟁이 예상된다.

넷플릭스 일본과 대만 작품으로는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작품들도 눈에 띤다. 일본의 두 톱스타 사카구치 켄타로와 아리무라 카스미가 출연하는 ‘이별, 그 뒤에도’를 비롯해 셰잉쉬안, 양진화가 주연의 대만 시리즈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에 기대가 치솟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3개국의 넷플릭스 작품이 나란히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올해가 처음인 만큼, 이번 기회가 다양하고도 완성도 높은 넷플릭스의 아시아 작품들을 선보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올해 초 선댄스 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통해 평단의 호평을 받은 벤야민 레 감독의 노르웨이 다큐멘터리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 또한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섹션에 초청돼 기대를 모은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는 올해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와 인더스트리 파트너로 함께 한다. 넷플릭스와 부산국제영화제는 공식 협업을 통해 신진 영화 감독, 영상 콘텐츠 창작 및 프로덕션 관계자들을 위한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크리에이티브 아시아 포럼(Creative Asia Forum)’등을 개최해, 영화제와 업계에 대한 지원 또한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충무로 간판 스타들이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시장으로 뛰어들어 그 활동 비중을 점점 더 높이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극장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그렇게 된 이유는 영화계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되, 그 변화의 이유에 대한 고찰도 동반돼야 하는 것. 끈질긴 도전과 오랜 몸부림 끝에 ‘전성기’를 맞이한 것처럼, 황금기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디에 주력해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이에 마땅한 미래가 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면밀히 보면, 사실상 OTT 영화 시장 역시 알맹이는 영화판이 그대로 옮겨 온 형국이다. 자연스레 세대 교체가 이뤄졌지만 또 다른 독점으로 ‘고인물’이 될 여지도 적지 않아 보인다. 안타깝게도 새 얼굴 발굴은 여전히 빈약하다. 가성비 면에서 우월한 입지에서 강한 신뢰를 입고 정점을 찍은 OTT 시장 역시 현재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이 점차 ‘근본’에서 멀어진다면 이 부흥 역시 얼마가지 못할 수 있다.

많은 실력자들이 시장이 까다로울수록 ‘콘텐츠의 기본’ ‘스토리텔링’ ‘다양한 인재’ ‘창의력’ 등 기본기의 중요성을 입이 닿도록 외치고 있다. 손으로 잡히지 않는 그 진리를 어떻게 땅 위에 바닥을 딛고 관객과 나눌지 폐쇄적 마인드를 버리고 고민해야할 때다.

여전히 팽배한 ‘인맥 캐스팅’, 보이지 않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변함없는 몇몇 제작사들의 독점, 창의력을 막는 악습과 편먹기, 그런 것들에 대한 아집을 버리지 않은 채 그저 말뿐인 ‘도전’은 결국 퇴보할 뿐이다. 작품을 통해 외치는 비판, 풍자, 직업의식, 정의, 희망, 사회적 메시지 등 기획 의도에 맞는 생각과 책임의식을 현실에서도 보여주길 바란다. 그나마 잔치판을 벌일 수 있을 때 말이다.

한편, 올해 부산영화제 폐막작은 ‘영혼의 여행’이다. 싱가포르인 최초로 칸·베를린·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되며 문화훈장을 받은 바 있는 에릭 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살아있음과 죽음이 분리되지 않는 세계관에서 역설적으로 삶의 원동력을 호소하는 스토리를 그려낸다.

올해 아시아영화인상은 일본의 기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받는다. 영화 큐어, 회로, 절규 등의 작품을 만들며 자기만의 영화관을 세워온 기요시 감독은 올해 영화제에서 ‘뱀의 길’ 및 ‘클라우드’ 2편의 신작을 선보인다.

특별기획프로그램으로는 포르투갈의 영화 거장 미겔 고메스 감독을 초청, 그의 장편 전작 8편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이선균을 기리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을 개최, 그의 대표 출연작 6편을 상영하고 스페셜 토크 등을 진행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흘간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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