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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한화, 美 조선소 인수 3개월… 노후 설비·고임금 극복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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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산 시장을 노리는 한화오션이 현지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지 3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조선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무적·문화적 불확실성을 빨리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한화오션은 미국 방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미국 연안에서 운항하는 모든 선박은 존스법(Jones act)에 따라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이 소유하며 미국 선원이 운영해야 한다. 1997년 미 해군 필라델피아 국영 조선소 부지에 설립된 필리조선소는 미국 공공기관과 해군, 해경 등이 발주하는 선박 건조·수리·유지보수 작업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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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리조선소 전경./한화오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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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발판으로 미 함정사업에 진출할 계획이지만, 필리조선소의 주력 선박은 컨테이너선과 탱커다. 필리조선소는 설립 이후 약 30년간 총 34척을 인도했는데,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이 22척으로 가장 많고 컨테이너선 6척, 보수선 3척, 아프라막스급 탱커 2척, 관공선인 병원선 1척 등이다.

필리조선소의 독(dock·선박건조장)은 함정을 지을 수 있는 크기지만, 특수선을 지으려면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 필리조선소는 2018년 이후 6년째 적자를 기록해 재무구조가 취약하다. 필리조선소는 지난해 9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4946%에 달한다.

이때문에 한화오션 노동조합은 “시가총액 600억원짜리 기업을 1350억원에 사 부실 회사를 떠안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설비만으로 선박을 건조하는 것은 무리다. 현지에서 군함사업까지 하려면 초기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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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라델피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 / 필리조선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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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현지 인건비도 부담이다. 미국 연안을 운항하는 선박은 미국 내에서 건조하도록 한 존스법에 따라 미국 조선사는 자국의 건조·개조 물량을 독점했지만, 높은 인건비와 낮은 수익성으로 세계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잃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 조선업은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봤을 때 환자나 다름없다. 현지의 나이 든 숙련공들은 실력이 없다”며 “한화오션은 고인물이 된 현지 조선업계를 한국의 현대화된 분위기로 뜯어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필리조선소는 지난 1분기 기준 약 18억달러(약 2조4165억원)의 수주잔액를 확보했다. 이는 필리조선소의 3년 치 물량이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는 설비 현황 및 수주 잔량을 고려해 적정한 가격으로 인수했다”라며 “필리조선소 같은 설비를 갖춘 미국 내 조선소를 구하기 쉽지 않음을 고려할 때, 현지 진출을 위해 적합한 조선소로 평가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조선소는 미국 존스법에 따라 향후 일반 상선에서의 지속적인 수주가 기대되는 조선소”라며 “미국 해군 함정사업 진출에도 적합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라고 밝혔다.

윤예원 기자(yewon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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