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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재테크 Lab] 주식 늪에 빠진 직장인, 주식 없이 미래 설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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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주식으로 손해를 입은 직장인들은 좀처럼 주식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잃은 원금을 어떻게 해서든 복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은 '늪'과 같아서 발을 담글수록 더 깊이 빠질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냉정하게 상황을 돌아보고 다른 재테크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주식의 늪에 빠져 있던 부부의 미래 설계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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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를 할 때엔 수익성과 안전성 모두를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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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를 하다가 큰 손해를 입은 한용훈(가명·38)씨와 이영하(가명·38)씨 부부. 두 사람은 빚을 내서 주식에 큰돈을 투자했다가 적잖은 손해를 입었다. 주가가 원금의 반의 반토막이 될 때까지 곤두박질쳤다가 이제 겨우 절반가량 회복한 상태다.

주식에 돈이 묶여있다 보니 부부의 재정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한달에 수십만원이 이자를 내는 데 빠져나갔고, 이 때문인지 가계부는 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대로 가다간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겠다고 판단한 부부는 필자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돌파구를 찾았다.

지난 2차 상담까지의 결과는 이렇다. 필자가 파악한 부부의 월 소득은 620만원이다. 중견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400만원, 중소기업 직장인 아내가 220만원을 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474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94만원, 금융성 상품 150만원 등 718만원에 달했다. 부부는 한달에 98만원 적자를 감당하고 있었다.

보유 자산으론 주식 8000만원과 전세 아파트(3억원),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저축한 예금 620만원과 청약저축 600만원 등 현금 1220만원이 있다. 부채로는 전세자금대출(1억원)과 주식신용대출(5000만원), 신용카드 할부금(150만원)이 있다. 부부의 재무 목표는 빚을 최대한 줄이고 효과적인 재테크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적자를 메우고 여유자금을 확보해야 하므로 부부는 1차·2차 상담에 걸쳐 지출을 줄이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거의 모든 지출항목을 절약했고, 그것도 모자라서 주식(8000만원)과 예금(620만원)을 활용해 주식신용대출(5000만원)과 신용카드 할부금(총 150만원)도 갚았다. 이런 노력 끝에 부부는 116만원의 여유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이 돈으로 부부의 재무 솔루션을 세우기만 하면 된다.

남편은 다시 주식을 시작하길 원했지만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지금까지 남편이 주식으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요점은 '뻔한 결과'에 귀한 돈을 쏟아부어선 안 된다는 거다.

부부는 눈을 낮추기로 했다. 고수익·고위험 재테크인 주식 대신 투자 난도가 낮고 대중화한 투자상품을 이용해 안전하게 투자 경험을 쌓는 것에 목표를 두기로 했다. 막연했던 재무 목표도 체계적으로 다시 세웠다. 자녀 출산비 마련, 내집 마련, 자녀 교육비 마련, 노후 준비 순으로 큰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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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엔 수익성보다 안전성을 중시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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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건 부부가 한달에 100만원 이상 저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부는 주식에 50만원, 연금저축펀드 50만원, 주택청약종합저축 20만원, 인터넷 전문은행 30만원 등 총 150만원을 모으고 있다.

언급했듯 당분간은 주식에 손을 떼기로 했으므로 부부는 주식에 넣던 50만원을 여유자금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부부의 여윳돈은 116만원에서 166만원으로 불어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재무 솔루션을 세워보자. 먼저 부부는 자녀 출산비를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 전문은행에 30만원씩 예금하던 것을 6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계좌 개설이 간편하고 모바일로 손쉽게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즘에는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좋은 상품도 많이 나오고 있어서 잘만 이용하면 나름 쏠쏠한 혜택을 볼 수 있다. 자녀를 출산한 이후엔 내집 마련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전세 아파트에 사는 부부는 내집 마련을 위해 적금(70만원) 통장도 만들었다. 10년 안에 달성해야 하는 목표이므로 원금을 까먹을 수 있는 투자상품보다는 안전한 은행상품을 활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적금(26만원) 통장을 하나 더 만들어 자녀의 대학 등록비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요즘은 세상이 참 좋아졌다. 흩어져 있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터치 몇번이면 가장 금리가 높은 은행상품을 찾아주는 '마이데이터 앱'이 많다. 부부는 이 앱을 활용해 비교적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적금을 찾았다.

부부의 투자 감각을 익히기 위해 적립식 펀드도 시작했다. 이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소액으로도 펀드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투자를 중단할 수도 있고, 원하는 시점에서 납입을 재개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투자상품이므로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감안을 해야 한다. 부부는 비교적 안전한 우량주 위주로 구성된 펀드종목을 선택해 월 4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적립식 펀드로 모은 돈은 내집 마련에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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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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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준비는 따로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언급했듯 부부가 이미 연금저축펀드에 월 50만원씩 납입하고 있어서다. 이 펀드는 장점이 많다. 적립식 펀드와 마찬가지로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고, 세금 공제가 탁월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므로 수익만 잘 나온다면 납입금 대비 많은 액수의 연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투자 상품인 만큼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렇게 부부의 재테크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166만원을 자녀 출산비 마련(인터넷 전문은행 30만원 증액), 내집 마련(적금 70만원·적립식 펀드 40만원), 자녀 대학 등록비 마련(적금 26만원)을 위해 알뜰하게 분배했다.

남편은 주식 투자를 중단한 게 아쉽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절반 가까이 잃은 원금이 남편의 눈에 아른거리는 듯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제는 일확천금을 노리기보단 체계적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다. 부부가 필자와 세웠던 플랜을 잘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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