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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정치하듯 질러놓고 보는 이복현에 울화통 터진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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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관리 주문했다 민심 들끓으니 은행에 책임 전가

당국이 줘야 할 실수요자 정의…"은행들이 협의해라"

[아이뉴스24 정태현·박은경 기자] 매번 달라지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에 은행들이 방향을 못 잡는 모양새다. 금감원이 은행에 강도 높은 대출 관리 정책을 유도한 뒤, 비판 여론이 들끓으면 은행을 방패막이로 삼는다고 하소연한다.

은행들은 대출 정책의 화두로 떠오른 실수요자만큼은 금감원에서 명확한 지침을 내려주길 바란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은 오는 10일 오전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한다. 은행별 대출 정책이 달라 혼동하는 소비자들을 고려해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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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아이뉴스24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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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전날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마다 상품 운용이 들쭉날쭉한데 은행이 자체적으로 기준을 맞춰야 한다"며 "이르면 다음 주 중 은행장들과 만나 중지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들이 다주택자 대상으로 주택 자금 대출을 중단한 것에 대해서도 "유주택자는 무조건 대출이 안 된다고 하는 건 금감원과 공감대가 없던 것"이라면서 "그로 인해 부작용이 생기고 특정 지역의 부동산 쏠림을 억제하지는 못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했다.

◇ 당국 따랐는데 뒤통수 맞은 은행들

은행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다주택자 대출 제한은 앞서 금감원이 지난달 27일 가계대출의 급증세에 대해 관리 수준을 벗어났다고 평가해 세운 대책이기 때문이다.

8월 기준 4대 은행의 연간 경영 계획 대비 가계대출 증가액은 150.3%다. 올해가 4개월이나 남은 시점에 50.3%포인트(p)를 초과했다. 대출 대상 제한과 같은 초강수를 쓰지 않고선 애초 계획한 대출 증가액 내로 관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은행의 대출 억제를 유도한 뒤, 관치한다는 비판이 생기자 오히려 은행을 지적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이 원장이 비금리 정책을 주문한 지 10일 만에 말을 바꾼 데에 대해서도 유감을 드러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유주택자 대출 제한에 대해 금감원과 공감대가 없었다고 하지만, 가계대출이 급격히 증가한 이후 금융당국 및 감독 당국에 은행의 가계대출 방향에 대해 보고를 해왔다"면서 "아무런 지침과 피드백이 없다가 민심이 악화하자 은행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고 토로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지난달 25일 "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비금리 정책을 에둘러 주문했었다. 그런데 돌연 전날 말을 달리했다.

◇ "정책 효과 보려면 실수요자 지침 필요"

은행들은 이 원장의 일관성 없는 주문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최근 이 원장이 강조한 실수요자의 불이익 최소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범위가 불분명한 실수요자에 대해 정의를 내려줄 필요가 있다"며 "실수요자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 대출을 집행하는 데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가이드라인 없이 새로운 대출 정책을 낸 뒤 며칠 만에 번복하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많은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주택을 한 채라도 있는 소비자에겐 전세 자금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 1주택자가 대출받으려면 기존 주택을 처분할 것이라는 확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 원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1주택자들도 자녀가 지방에 대학교를 다녀야 해 전셋집을 구해야 하면, 실질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자금이 있을 것"이라며 "투기 목적이 아닌 경우도 있을 텐데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평가했다.

/공동=정태현 기자(jth@inews24.com),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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