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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기자수첩] 김문수 장관에게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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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김현철 경제부 기자


"저도 정치적 성향이 있지만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기자가 만났던 수많은 국무위원이 사적으로 또는 대정부질문 등 공식석상에서 한 얘기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관료제는 개인 감정을 갖지 않는다. 이상적인 관료는 영혼이 없다"고 한 말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전문성을 강조한 표현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의 지위와 책임, 신분과 함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다. 꼭 고위직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공무원이 각자의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를 떠나 정권이 바뀌어도 유연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이 세운 정권에 그 나름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또 상대편의 쓸데없는 정치적 공격을 원천 차단하고 '일이나 하자'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최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명 당시부터 그동안 논란을 일으킨 자신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소모적인 정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노동약자 보호법, 김 장관이 지명 당시부터 중점을 두고 있는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등은 모두 법을 새로 뜯어고쳐야 한다. 거대 야당이 찬성하지 않으면 좌초해버린 근로시간 개편안처럼 성공할 수 없다.

여야 모두 두 법에 대해 큰 틀에서는 공감하지만 접근 방법은 차이가 커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여당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한 단계적 확대, 야당의 경우 전면 확대를 원하지만 처벌은 일정 기간 유예를 주장한다. 민주노총은 노동약자 지원법에 대해 '노동자를 강자와 약자로 갈라치려는 속셈'이라며 반발해 노동계 공감까지 얻어야 한다. 셈법이 복잡하다.

만약 야당과의 불편한 관계가 더 악화된다면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시계는 점점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는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

국무위원 가운데 특히 고용부 장관은 노사, 야당과의 갈등을 중재하며 노동정책을 끌고 가야 한다. 고용부 장관이 중심에 서서 화합과 협력을 조율해야 한다는 의미다. 괜한 불화를 일으켜 야당의 지지를 얻지 못해 노동개혁 완수에 실패하는 것을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도 바라진 않을 것이다. 김 장관이 보호해야 할 노동약자는 여당을 지지하는 근로자뿐만이 아니다. 스스로 정쟁을 만들기보다는 더 큰 일을 하기 위해 일단 한발 물러서 피해가는 인내도 필요하다.

honestly8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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