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카누대표팀의 최용범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2024 파리 패럴림픽 선수촌에서 막바지 준비 작업에 매진하며 대회에 임하는 소감을 전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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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 패럴림픽 카누 출전권을 따낸 최용범(28·도원이앤씨)은 그토록 바라던 '패럴림피언'이 됐다. 꿈을 이룬 그는 이제 금메달을 향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최용범은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노티크 드 베르-쉬르-마른에서 2024 파리 패럴림픽 남자 카약 200m 예선에 나선다. 그는 "패럴림픽 출전은 내게 큰 기회이자 희망"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재활과 체력 관리, 체중 감량 등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훈련까지 받아야 해서 힘들었다"며 "준비기간이 짧아 아쉽지만, 경기만큼은 아쉬움 없이 최선을 다해 임하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
최용범은 중학교 2학년 때 카누를 처음 접했다. 또래에 비해 체격이 크고, 물을 유난히 좋아하던 그는 초등학교 때까지 수영 선수로 활동했었다. 카누를 시작한 그는 그해 소년체전에서 2등에 올라 가능성을 증명하더니, 이듬해 전국카누경기에서 고등부 학생조차 따기 어려운 금메달을 목에 걸어 이름을 알렸다. 이후 고등부와 실업팀에서 카누 선수 생활을 하며 꾸준히 올림픽 출전을 준비했다.
최용범이 위기를 맞은 건 군 제대 직후다. 하필 실업팀에 자리가 없어 당장 복귀가 어려워 생계를 위해 택배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2022년 3월 뜻밖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잠시 기억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왼쪽 다리 무릎 아래가 없었다. 카누는 균형감각이 중요한 경기인데, 한쪽 다리 일부가 사라졌다는 막막함에 좌절했다.
힘든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부여중 시절 은사였던 주종관 코치가 찾아와 장애인 카누를 권했다. 처음엔 내키지 않아 고민이 깊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건 더 싫었다. 카누 선수로 활동했으니 장애인 카누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몰려왔다.
지난해 열린 제4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용범이 활짝 웃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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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달라진 훈련 환경과 바닥 난 신체기능을 끌어올리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최용범은 "비장애인일 때 탔던 카누를 생각하며 시작했는데, 장애인이 타는 카누는 완전히 달랐다"며 "다리가 절단돼 있기 때문에 적응이 잘 되지 않았고, 물에 몇 번씩 빠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중학생 선수들과 겨뤘다가 질 정도로 절망적이었다. 좌절하기보단 승부욕을 불태웠다. 최용범은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지만, 승부욕도 많이 올라오더라"며 "기를 쓰고 하다 보니 비장애인 실업팀 선수들과도 함께 훈련할 수 있게 됐고, 결국 실력이 많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기수 최용범(왼쪽)이 머리에 갓을 쓰고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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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훈련은 달콤한 성과로 돌아왔다. 최종범은 운동을 다시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 5월 장애인카누세계선수권대회에선 한국 사상 최고 성적인 남자 KL3 등급 결승 7위로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역경을 딛고 올라온 스토리 덕분에 그는 이번 대회 개막식에서 한국 선수단 기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패럴림픽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최용범은 "카누는 1초 차이로 순위가 갈린다"며 "컨디션과 바람이 변수가 될 수 있는 종목이라 사전 연습 때 면밀히 살펴 악조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다음 패럴림픽까지 생각하고 있다. 2연패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파리 =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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