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6 (월)

그린벨트 해제의 기록: 어떤 지표로 봐도 '가격 안정' 없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아름 기자]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건 윤석열 정부가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도, 문재인 정부도 주택시장이 불안정할 때 모두 그린벨트에 손을 댔다. 그린벨트를 풀어 집을 공급할 때 정말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이미 해본 정책이니 확인이 가능하다. 尹 정부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의문 두번째 편이다.

더스쿠프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공급을 늘리는 건 역대 정부에서 이미 해본 정책이다.[사진=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8ㆍ8 부동산 대책을 통해 "그린벨트를 풀어 8만호를 공급하겠다"는 플랜을 제시했다. 수도권에 8만호의 주택을 수년 안에 공급한다면 주택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정말 그럴까.

물론 '공급'이 순식간에 대량으로 이뤄졌을 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있다. 대표적인 건 서울 송파구의 헬리오시티다.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해 만든 이 아파트는 세대 수만 9500호에 달했다.

2018년 12월 헬리오시티의 입주가 시작되자 송파구 아파트 전세가격은 3개월간 0.81포인트(2018년 12월 73.56→2019년 3월 72.75) 떨어지면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송파구 전세시장의 안정을 헬리오시티의 대량 공급을 원인으로 봤다.

하지만 전세시장 안정이 가능했던 건 고작 3개월가량이었다. 그 시점이 지나자 송파구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다른 상승 요인이 작동했을 순 있지만, '대량 공급'의 시효가 한정적이라는 게 변하진 않는다.

자! 다시 그린벨트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서울의 그린벨트는 149㎢다. 2000년 서울 그린벨트는 168㎢였는데, 조금씩 풀리면서 좁아졌다. 주민을 위한 공원을 만들거나 도로를 내고 주택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내 그린벨트가 해제된 건 2002년(1㎢), 2003년(1㎢), 2004년(4㎢), 2005년(3㎢), 2006년(1㎢), 2007년(1㎢), 2008년 (2㎢), 2009년(1㎢), 2010년(2㎢), 2012년(2㎢)으로 총 10차례였다. 2004년에는 서울 고덕강일2지구, 중랑 신내2지구 등이 그린벨트에서 풀렸다. 2009년에는 강남 보금자리주택지구, 서초 우면지구 등이 해제됐다. 2010년에는 서울 내곡지구, 서울 세곡2지구 등이 그린벨트를 벗어났다. 문제는 효과가 있었느냐다.

더스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의문➊ 기대효과는 있었나 =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발표하는 순간, 계획한 공급 물량은 일단 늘어난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은 분양 시점이다. 일단 청약 접수를 통해 분양하면 누군가는 '내집 마련'에 성공한 셈이 된다.

강남 보금자리주택 지구를 먼저 보자. 강남 힐스테이트 자곡의 경우, 2011년 4월 청약 신청을 받았다. 래미안 강남 힐즈는 2011년 3월 청약을 접수했다. 그 기간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22년 1월 기준 100)는 2년 가까이 하락세(2011년 3월 60.32→2013년 2월 55.44)가 이어졌다. 이렇게 보면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얻어낸 '집값 안정' 효과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반대 사례도 숱하다. 고덕강일2지구는 2018년 10월, 2019년과 2020년 9월, 2021년 1월, 6월에 청약 접수를 했다. 그중 1000호 이상 청약이 이뤄진 때는 2019년 9월, 2020년 9월이었다. 2019년 10월 78.74였던 강동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0년 4월 80.61까지 계속해서 올랐다. 2020년 9월에도 마찬가지였다. 83.63였던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8월까지 2년 가까이 상승세를 탔다.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당장 집값을 잡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의문➋ 준공 효과는 있었나 = 그럼 청약 시점이 아닌 입주 시점으로 보면 어떨까. 앞서 언급했던 헬리오시티 입주가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도 결국은 입주 시점이었다. 강남 힐스테이트 자곡이 입주하던 시점은 2013년 10월. 당시 54.99였던 매매가격지수는 입주 후 5개월이 흐른 2014년 3월 55.15까지 올랐다. 래미안 강남 힐즈가 입주하던 2014년 8월 매매가격지수는 55.63에서 2014년 11월 56.34까지 0.71포인트 상승했다. 입주를 시작한 지 3개월 후에도 가격이 잡히지 않은 거다.

■의문➌ 가격은 유지됐나 = 이쯤 되면 분양가격의 추이가 궁금해진다. 강남 힐스테이트 자곡 전용면적 84㎡(약 28평) 아파트는 2013년 10월 4억2000만원에 분양했다. 2024년 6월 기준 이 아파트는 12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10년 새 3배까지 뛴 셈이다.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공급한다 해도 결국 집값은 뛴다는 건데,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더스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스쿠프

[사진=연합뉴스, 자료 | KB부동산, 참고 | 2022년 1월 100 기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린벨트는 민간 소유여도 국가가 강제로 개발을 제한하고 관리하던 땅이다. 국토부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공익 목적으로만 땅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분양이나 공공임대가 되는 셈인데, 공공분양으로 넘어가는 순간 그린벨트에 지어진 아파트는 민간 아파트와 경쟁해야 한다. 그린벨트를 풀더라도 '가격상승'은 숙명이란 얘기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1월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사업을 추진할 장소를 발표하기로 했다. 같은 전철을 밟는다면 아무리 많은 그린벨트를 풀어도 분양가는 껑충 뛰어오를 수 있고, 같은 지역의 '집값'을 잡는 것도 불가능할 수 있다. 그린벨트를 풀어 8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주택 시장 안정 대책은 그린벨트를 포기할 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