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6 (월)

의료공백 ‘4자 협의체’ 여야정 공감에도…‘간극’ 여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병원 곳곳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한 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응급실 진료 지연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의료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자”며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환영 뜻을 밝혔지만, 각자 방점을 찍고 있는 내용에 간극이 커 실제 협의체 구성이나 이후 논의를 통한 의-정 갈등 해소책 마련까지는 갈 길이 험난해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예정에 없던 현안 브리핑을 열어 “여·야·의·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료 현장의 진료 서비스를 정상화하면서, 의료개혁이 국민에게 도움 되게,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협의하고 의대 증원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서 운영하자”고 말했다. 전날인 5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에게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안’ 검토를 요청한 데 이어, 연이틀 의-정 갈등과 의료공백 해소 방안을 찾자고 제안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료계가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 것이 우선”이라며 “의대 정원 문제는 의료계가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합리적 안을 제시하라’는 건 대통령실의 거듭된 얘기지만, “제로베이스에서 논의”라는 언급은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장상윤 수석은 이날 와이티엔(YTN) 뉴스에 출연해 “저희가 제안한 (증원 규모) 2천명이란 숫자에 구애되지 않고 합리적인 안을 가져오면 논의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발을 맞춰 친윤석열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2026년도 의대 증원 문제를 포함해 의료개혁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열린 마음으로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한 대표가 정부·대통령실에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안 검토를 처음 요청했을 때 단박에 거절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이런 변화는 ‘응급실 뺑뺑이’로 숨지는 이가 나오며 갈수록 악화하는 여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01명을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해(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1.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날 발표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못하고 있다(67%)고 평가하는 첫번째 이유가 ‘의대 정원 확대’(17%)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윤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평가 이유 1위로 꼽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조사에서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재논의’는 찬성(48%)이 반대(36%)를 웃돌았고, 의료공백 대응을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64%에 이르렀다.



하지만 각론에선 동상이몽이다. 무엇보다도 한 대표는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대통령실과 정부는 생각이 다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원점 재검토’라는 말이 나왔지만, 객관적 데이터를 놓고 논의하면 결과가 바뀔 수가 없다”며 “실질적으로 대통령실·정부 입장이 바뀐 건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3월4일)와 박찬대 원내대표(지난 4일)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던 민주당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협의체를 즉시 가동하자”(노종면 원내대변인)고 했다. 또, ‘민주당이 먼저 제안한 협의체 구성에 국민의힘이 뒤늦게 동의한 것’이라며 의정 갈등 해법 찾기의 주도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협의체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는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증원 재검토 논의에 2025년도 포함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보건복지부 장차관 문책·경질 등을 요구했다. 다만, 오는 9일부터 각 대학의 수시모집전형이 시작되는 탓에 당 안에서도 2025년도 증원안 재검토는 무리라는 반론이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딥페이크’와 ‘N번방’ 진화하는 사이버 지옥 [더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