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관할 파출소 경찰관이 순찰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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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들고 “죽고 싶다”며 난동을 피우다 경찰관의 손가락을 벤 20대 여성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 이재권)는 지난달 23일 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26)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남자친구의 집에서 술에 취해 말다툼하다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이 출동하자 A씨는 부엌 싱크대에서 날 길이 20㎝짜리 식칼을 꺼내들고 “죽어버리겠다”며 자해를 시도했다. 그런 A씨를 경찰이 제압했고, 경찰은 A씨가 든 칼에 베여 중지와 약지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는 A씨가 고의를 갖고 경찰을 찔렀는지가 쟁점이 됐다. A씨 측은 “칼을 꺼내서 방으로 들어가려다 경찰관에게 제압당해 칼을 빼앗겼다”며 “그 과정에서 경찰관이 다치기는 했지만 식칼을 휘두른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A씨가 경찰을 고의로 다치게 했는지 입증이 부족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제압된 후에 “제가 죽고 싶다고요”“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말하며 울부짖는 바디캠 영상을 보면 A씨가 적대감을 표출하거나 공격적인 언행을 하지는 않았다고 봤다.
또 현장 누구도 경찰관이 찔리는 모습을 제대로 목격하거나 기억하지 못했는데, A씨가 고의를 갖고 찌른 게 아니라 경찰이 A씨의 몸을 붙잡아 돌리는 과정에서 베이게 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피해 경찰관 역시 “몸을 잡고 제지하자 A씨가 식칼을 휘둘렀다”면서도 “장면이 잘 기억나지는 않고, 어떻게 다쳤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한 점이 고려됐다.
검찰은 이같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A씨가 자신이 쥔 식칼에 경찰이 다칠 수도 있다는 걸 충분히 알면서도 이를 용인했다”며 A씨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했다. 또 A씨가 ‘자해하겠다’고 하면서 경찰이 접근하지 못하게 한 것 자체가 공무집행방해죄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재판부는 “경찰관이 어떤 경위로 A씨가 든 식칼에 베이게 됐는지 알 수 없다”며 A씨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자해를 시도한 것만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미친 건 아니라며 협박 혐의 역시 무죄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김정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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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다친 사람이 없더라도 고의로 경찰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면 중형이 내려지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울산지법은 한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죽어버리겠다”며 과도를 공중에 휘두른 B씨에게 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B씨는 기초수급 추가 물품 지원이 어렵다는 말을 듣자 항의하기 위해 주머니에 접이식 과도를 넣고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과도를 찌를 듯이 겨누며 “굶어 죽게 생겼는데, 추가 지원해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며 협박했다. CCTV에는 경찰관에게 겨누는 B씨의 모습과 이에 뒤로 물러나는 경찰들의 모습이 담겼다. 이에 재판부는 “경찰에게 공포심을 일으켜 의사결정이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혐의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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