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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응급의학과 출신도 "못하겠다" ···파견 군의관 15명 줄줄이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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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진료 책임 두려워 피해"

복지부 "분명히 현장 도움 될 것"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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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는 병원에 군의관들을 파견하고 있지만 이들마저 현장에서 근무하기는 어렵다며 군에 복귀하면서 응급실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7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이대목동병원과 아주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충북대병원, 강원대병원 등 의료기관 5곳에 우선 배치된 군의관 15명 모두 응급실 근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대목동병원, 아주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에 파견된 군의관들은 현장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모두 업무를 중단한 채 군에 복귀했다.

이대목동병원은 군의관 3명이 배치됐으나 면담 결과 본인들이 본격적인 응급실 진료는 어렵다는 의사를 표한 데 따라 병원 측이 복귀 조치를 통보했다. 이들 중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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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은 군의관 없이 기존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으로 운영 중이다.

아주대병원에서도 응급실에 군의관 2명, 마취과에 1명이 배치됐으나 이들 3명이 "현장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병원과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군의관은 없는 상황"이라며 "모두 본인 의사에 의해 되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세종 충남대병원에 파견된 군의관 2명은 모두 응급의학과 전문의였지만 이들은 환자 진료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모두 복귀했다.

충북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출신 군의관 2명을 응급실 대신 중환자실에 배치했다. 강원대병원은 현재 군의관들의 전공과 경력을 고려한 업무 범위를 논의 중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전문의 출신 군의관이라고 해도 임상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탓에 현장에 투입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의사마다 전공에 따라 진료할 수 있는 환자 범위가 다르고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점도 파견된 군의관들이 응급실 진료를 꺼리는 이유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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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군의관과 공보의를 지원받은 현장에서도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한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소속 교수 217명에게 파견 공보의·군의관이 진료 부담 해소에 도움이 됐는지 물은 결과 30.9%만 그렇다고 답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 비율은 31.8%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다만 나머지 응답자는 자신의 진료과목에 군의관, 공보의를 파견받지 못한 경우다.

다만 정부는 우선 '부족한' 인력을 지원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배경택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현장에서 의료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을 지원하는 게 효과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응급실에서 근무하든, 배후진료를 돕는 형태이든 현장에서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군의관·공보의 파견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방부와 함께 업무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 예정이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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