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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주관사도 아닌데… 미래·한투가 케이뱅크 IPO 응원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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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4년 9월 6일 10시 2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인터넷 은행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 흥행 성공을 고대하고 있다. 케이뱅크가 시장에서 목표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두 증권사가 대표로 상장 주관을 맡은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의 IPO도 흥행에 먹구름이 낄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고 증권신고서 제출을 앞두고 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공동으로 대표 주관을 맡았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주관사단뿐 아니라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도 케이뱅크의 IPO 성적표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두 증권사는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상장 주관을 맡고 있다. 토스도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인 만큼 케이뱅크 공모 흥행 여부가 상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케이뱅크가 흥행 성공하지 못하면 비바리퍼블리카를 향한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 심리도 악화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초 토스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15조~2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점에 따라 토스의 기업가치는 9조~10조원 수준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시장 참여자마다 기업가치에 대한 시각이 다른 만큼, 상장 당시의 시장 분위기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IPO 흥행 여부는 적정 가격으로 시장에 나왔는지도 중요하지만 당시 장 공모주 시장 분위기나 매크로 환경, 유사 기업의 주가 상황 등 여러 요소가 변수가 된다”면서 “토스 기업가치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시가총액 등이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 주관사단 내부적으론 최소 카카오뱅크(9조7778억원)와 카카오페이(3조1560억원)를 더한 기업가치는 받아내야 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토스증권의 상승세까지 더하면 15조원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토스증권은 상반기 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에도 같은 이익을 낸다고 가정하고, 리테일 강자인 키움증권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배수(8.8)를 적용하면 5000억원의 시총을 더할 수 있다.

조선비즈

케이뱅크 본사 전경(케이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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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뱅크, 대출 여력 늘리려면 상장해야

케이뱅크 주관사단은 몸값으로 최소 5조원 수준을 노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순자산(1조9556억원)에 2.5배를 곱한 값이다. 하지만 현재 카카오뱅크 PBR(1.58)을 적용하면 예상 시총은 3조원에 불과하다. 주관사단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비교기업으로 최대한 해외 기업을 추가하려고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누뱅크와 일본 SBI, 라쿠텐 등이 유력 후보다.

카카오뱅크가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비교기업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대주주가 바뀔 가능성이 있고, 영업 기반인 카카오마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거액을 투입해 주가를 띄우는 시세 조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아 구속기소된 상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상장 당시 높은 기업가치를 받았던 이유는 카카오가 굳건했기 때문인데, 그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금융당국도 케이뱅크 비교기업으로 카카오뱅크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전했다.

케이뱅크는 기업가치를 두고 무리하기보단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증시 입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PEF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 등으로부터 1조250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이 중 7250억원은 콜앤드래그(call-and-drag) 조항으로 묶여있다.

해당 금액은 금융당국에 의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상장하면 족쇄가 풀린다. 7250억원이 자기자본에 편입되면 케이뱅크 입장에선 대출 여력이 크게 늘어난다.

압박이 크진 않지만, 시간제한도 있다. 케이뱅크가 2026년 7월까지 일정 수준 이상의 몸값으로 상장하지 못하면 FI들이 드래그얼롱(drag-along·동반매도청구권)을 발동할 수 있다. 대주주인 비씨카드가 먼저 콜옵션(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되, 콜옵션을 포기하면 FI들이 비씨카드의 보유 지분 34%까지 끌어다 강제로 매각할 수 있다. 비씨카드가 FI 지분을 사주지 못하면, FI가 케이뱅크를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단 의미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연내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는 만큼 최대한 빠르게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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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귀환 기자(o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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