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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중국 가전업체, 유럽 시장 집중 공략…"삼성·LG 바짝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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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IFA 2024가 열린 '메세 베를린' 입구에 TCL의 광고가 걸려있다./사진=유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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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업체들이 더 이상 과거처럼 가격으로만 경쟁하던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을 다들 알 것이다. 제품 경쟁력 등 어떤 부분에선 우리보다 앞서가는 것을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류 본부장의 말을 증명하듯 IFA 2024에서 중국 업체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IFA 메인 스폰서가 된 TCL은 행사장 입구 메인 광고판을 차지했다. TCL을 비롯해 하이얼·하이센스 등 다수 중국 업체가 대형 전시 공간을 마련해 삼성전자·LG전자와 유사한 콘셉트의 스마트 가전을 대거 선보였다.


앞서가는 삼성·LG...추격하는 중국 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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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24 하이센스 부스/사진=유선일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IFA 전시관은 6일 개막 후 사흘 내내 발 디딜 틈 없이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AI(인공지능)', LG전자는 '공감지능으로 새롭게 그려내는 AI홈'을 주제로 다양한 제품·서비스를 선보여 관람객의 호평을 받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개막일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부스를 잇달아 방문해 각 회사가 전시한 '로봇 집사' 등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LG전자가 성숙한 기술과 세련된 전시 콘셉트로 주목을 받았다면 중국 가전업체들은 대체로 '설익었지만 도전적인' 모습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끌었다.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은 IFA에 대형 부스를 마련해 TV·세탁기·건조기·식기세척기·냉장고·오븐 등을 전시했다. AI 기술 역량을 과시하듯 전시관 곳곳에 관람객 음성 질문에 답하는 'AI 아바타'를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QD-미니 LED(발광다이오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다양한 TV 제품을 선보였다. 음식을 넣으면 사진을 찍어 레시피를 알려주는 스마트 오븐도 전시했다. 하이얼 관계자는 "오븐이 300개의 레시피를 갖고 있다"며 "과거에 했던 요리를 기억해 향후 더 나은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하이얼의 다양한 가전은 전용 애플리케이션 'hOn'으로 조작할 수 있다. hOn을 켜면 자신이 보유한 하이얼의 가전제품이 모두 보인다. 식기세척기 세척 모드를 설정하거나, 오븐에서 익힌 음식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통합 연결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연상케 했다.

하이센스도 IFA에 대형 전시관을 마련했다. 스마트 에어 케어, 스마트 세탁기 등 이름에 '스마트'를 붙인 가전이 많았다. 스마트 세탁기는 'AI 보이스 컨트롤' 기능을 갖춰 언어 명령이 가능하다. 163인치 마이크로 LED, 100인치 미니 LED, 롤러블 등 다양한 TV 제품도 전시했다. 모바일 기기로 관람객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인물 사진을 명화로 만들어주는 캔버스TV도 눈길을 끌었다.

TCL은 'AI'와 '친환경'을 강조한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AI 에너지 세이빙 알고리즘'을 적용한 에어컨, 115인치 QD-미니 LED TV 등에 관람객이 몰렸다.


참가기업 60%가 중국..."유럽 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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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24 하이얼 부스/사진=유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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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전업체들이 베를린까지 건너와 제품·서비스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생존 전략' 차원이다. 미국의 중국 제재 영향으로 중국 업체들이 유럽 시장 공략에 유독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 만난 TCL 관계자는 회사의 '스마트 홈 에너지 솔루션'을 소개하며 "우리에게 유럽 시장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IFA 참가기업 국적 통계가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IFA 2024에 참가한 기업은 총 2100여개인데 이 가운데 중국 업체가 1279개로 전체의 약 60%를 차지했다. 한국 참가기업(174개)보다 많은 것은 물론이고 행사 본거지인 독일의 기업(226개)보다도 훨씬 많은 숫자다. 행사에 참가한 주요 중국 업체를 살펴보면 △레노버(PC) △아너(모바일) △TCL(가전) △하이센스(가전) △창홍(가전) △롱시스(메모리반도체) △타임케틀(이어폰) △나르왈(로봇청소기) △드리미(로봇청소기)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울렀다.

IFA에 참석한 국내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유럽 시장 공략에 전력을 다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소프트웨어 기술 수준까지 고려하면 아직 성숙도가 높아보이진 않지만 한국 기업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를린(독일)=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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