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자신을 이 사고의 유족이라고 밝힌 이모씨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경찰관들의 솜방망이 징계가 합리적인지 의문이 든다”며 “만일 경찰이 초동 조치에 미흡하지 않았다면, 가해자는 더 높은 음주 수치가 인정됐고 검찰은 더 강력한 처벌을 구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의 솜방망이 처벌 결과에 대해 인정할 수 없으며, 관련 경찰관들의 솜방망이 징계에 대한 재심의를 촉구한다”고 했다. 지난 6일 게시된 이 청원은 9일 오후 2시 현재 5800여명이 동의했다. 30일 동안 5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의된다.
지난 6월27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호남제일문 사거리에서 포르쉐 음주운전 차량과 부딪힌 스파크 차량이 뒤집히는 사고가 나 119 구급대가 환자들을 이송하고 있다./전북소방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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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고는 지난 6월 27일 오전 0시 45분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호남제일문 광장 사거리에서 발생했다. 당시 시속 159㎞로 달려온 A(50)씨의 포르쉐 차량과 운전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B(19)양의 스파크 차량이 충돌했다. 사고 충격으로 B양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또래 친구는 크게 다쳐 현재까지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제한속도 50㎞ 구간에서 159㎞로 직진을 하다가 좌회전 중이던 스파크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채혈하겠다”는 A씨의 말을 듣고 그를 홀로 병원으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A씨에 대한 음주 측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 발생 2시간 20여분이 지난 뒤 A씨에 대해 음주 측정을 했다. 그러나 A씨는 그 사이 맥주 2캔을 마시는 소위 ‘술타기’(음주운전자가 경찰이 사고 시점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측정하지 못하게 하려고 음주 사고를 낸 뒤 술을 더 마시는 수법) 수법으로 수사에 혼선을 줬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이후 술을 마신 이유에 대해 “상대 운전자가 사망한 것은 몰랐다”면서 “아끼던 차량이 파손돼 속상해서 그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경찰청은 이런 대처를 한 전 여의파출소 팀장에게 성실의무 위반으로 경징계인 감봉 1개월 처분했다. 팀원 3명에게는 행정처분인 불문 경고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위드마크 공식을 통해 혈중알코올농도 0.036%라는 최소 수치만 적용받은 채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경찰의 부실한 초동 수사로 인해 검찰은 피고인의 음주 수치를 0.036%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음주, 술 타기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도 없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더라도 그 처벌이 상응하는 처벌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10월 16일 열릴 예정이다.
[전주=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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