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IT기업 이모저모

외국계 공룡들 빠져나갈 구멍 숭숭…느슨한 플랫폼 규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플랫폼법 새로 만들려던 정부
업계 반발에 기존 공정법 개정

매출 최대 8% 과징금 물리고
업체에 입증책임 지운다지만

지배적 사업자 구분 모호하고
연매출 4조 미만 기업도 제외
외국계 플랫폼 제재 피할수도


매일경제

[매경DB]


당초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공정거래촉진법’을 새로 만들고 주요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같은 ‘사전지정’을 통해 시장 획정, 지배력(점유율) 분석처럼 긴 시간을 요구하는 제재 절차를 단축해 신속한 사건처리를 하겠다는 취지였다. 또 사전 지정된 기업들의 자정효과도 꾀했다.

하지만 학계·업계는 플랫폼법이 산업생태계를 파괴하는 과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대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사전 지정’ 대신 법 위반이 발생하면 지배적 플랫폼임을 추정하는 ‘사후 추정’으로 바꾼 것이다. 법도 새로 만들지 않고 기존의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업계는 정부 정책이 완화돼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국경과 산업간 경계는 넘나드는 해외 플랫폼에 대한 실효적 규제가 쉽지 않아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우려가 있다고 경계한다.

정부는 이번에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거대 플랫폼의 지배력 남용에 강한 제재를 내린다는 입장이다. 현재도 시장지배적 지위의 사업자를 제재하고 있지만 보다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매일경제

플랫폼법 [사진 = 연합뉴스]


현행법상 위법행위를 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제재하는 데 2~5년이 걸리는데, 플랫폼 시장의 특성상 독과점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일단 독과점이 형성되면 경쟁질서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빠른 사건 처리로 피해기간과 규모를 최소화하고 강력하게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사회관계망서비스·검색·동영상 등 6개 분야의 거대 플랫폼이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지배력을 남용한 4대 위법행위를 금지했다. 어기면 임시중지명령을 내리고 관련 매출액의 8%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거대 플랫폼 요건은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이고 이용자수가 1000만명 이상인 경우다. 또는 3개 이하 회사의 점유율이 85% 이상이고 각사별 이용자가 2000만명 이상인 경우도 해당한다. 다만 연간 매출액이 4조원 미만인 기업은 제외한다.

제재 과정에서도 플랫폼 기업에겐 까다로운 의무가 지워진다. 원래대로면 공정위는 4대 위법행위가 있었고, 이 행위들이 시장경쟁을 제한한다는 2가지의 입증책임이 있었다. 그러나 향후엔 4대 위법행위가 있었던 것만 입증하면 경쟁제한 입증은 재차 다룰 필요없다. 반대로 플랫폼이 경쟁제한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 전환’을 추가했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사업자 입장에선 본인의 행위가 무죄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만큼 공정위 심판과 재판에서 부담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제재를 받는 기업에 항변권을 충분히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매일경제

[매경DB]


업계는 정부 입장 선회에 안도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정책 효과가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선 우려하는 반응이 많다.

우선 적용기준에 대한 규정이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IT 업계는 네이버, 카카오, 구글, 애플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모호하다. 인터넷 트렌드에 따르면, 검색 점유율은 네이버 53.59%, 구글 40.58%로 두 기업 모두 기준에 부합한다.

하지만 매출액은 작년 네이버가 9조6706억원, 구글 코리아 매출액은 3652억원으로 구글은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 그러나 실제 구글의 매출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한국재무관리학회는 구글 코리아의 매출액이 최대 12조135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연구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상당수가 조세회피를 하고 있기 때문에 매출 제외 기준을 할 경우 상당수 대상이 안된다”고 반발했다. 외국계 기업에 대한 조사가 실효성이 없으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매일경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공정위의 입법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지배적 플랫폼을 구분하는 매출은 단순한 법인 매출뿐 아니라 국내에서 발생한 직간접적 매출을 모두 포함한 것”이라며 “해외 대기업인 퀄컴에 대한 제재에서 보듯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른 변호사는 “한 사건에 대한 제재와 달리 외국계 기업의 전체 매출중 국내 매출만을 걸러낼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문제점은 대상이다. 정부는 중개, 검색, 동영상, SNS, 운영체제, 광고 등 6개 부문을 명시했지만 오늘날 플랫폼은 합종연횡중이다. 예를 들어 검색만 하더라도 포털내 검색도 있지만 전자상거래와 유튜브에서도 검색이 일반적이다. 다른 IT 업계 관계자는 “검색이 검색 서비스가 있는 모든 사업자를 뜻하는지 아니면 포털만을 가리키는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당초의 입법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앞서 ‘사전지정’을 통해 신속한 사건처리를 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사후추정’으로 바뀌며 제재 절차가 늘어질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공정위가 피해확산 방지를 위해 내세운 ‘임시중지명령’은 앞서 2016년 전자상거래법에서 도입됐지만 8년간 2건만 발동되는 등 실효성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전상법상 임시중지명령에 대한 개정작업도 이뤄지고 있다”며 “그런 지적을 고려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