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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피 토하던 4살 아들 '응급실 뺑뺑이'로 결국"…엄마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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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사고 피해자 '환자샤우팅카페' 행사

4년 전 세상 떠난 김동희 군 어머니 나서

"가족 잃고도 위로는커녕 소송으로 고통"

최근 의료 현장에서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의료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0일 서울 종로구에서 '환자 샤우팅 카페'를 열었다. 환자 샤우팅 카페는 의료 사고를 겪은 환자와 가족들이 억울한 사연을 공유하고, 전문가와 함께 의료 사고 해결책을 토의하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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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레스트구구에서 열린 환자 샤우팅 카페 행사에서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 김동희 군의 어머니인 김소희 씨가 발언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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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제24회 환자 샤우팅 카페에서는 고 김동희(당시 만 4세) 군의 어머니 김소희 씨가 아들이 겪은 의료 사고와 병원의 부당한 대처에 대해 말했다. 지난 2019년 10월 김 군은 경남 양산의 한 대학 병원에서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회복 과정에서 출혈 증세를 보였다. 이에 집도의 A씨는 김 군을 다시 마취하고 환부를 광범위하게 소작했다. 이 때문에 추가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으나, A씨는 이러한 사실을 의무 기록에 남기지 않았다. 이후 김 군은 심한 통증과 탈수 증세를 보였지만 그대로 퇴원했고, 김 군의 부모는 정확한 상태와 응급상황 대처법 등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 군의 어머니 김 씨는 "집도의에게 '출혈이 살짝 있었는데 지혈이 돼 수술은 잘 끝났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는 말을 들었고, 의료 지식이 없는 보호자 입장에선 이를 전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퇴원 후 상태가 악화한 김 군은 부산의 또 다른 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김 군은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하는 증상을 보였으나, 당직 의사였던 B씨는 대학 후배인 다른 병원 의사 C 씨에게 업무를 맡기고 무단으로 병원을 이탈했다. B씨는 당직 간호사의 연락에도 김 군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는 결정을 내렸고, 대리 당직을 하던 C 씨조차 119구급대가 올 때까지 아무런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

김 군은 119구급대에 의해 다른 대학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른 CPR(심폐소생술) 환자가 있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당했고 응급실 뺑뺑이를 겪었다. 결국 김 군은 다른 병원을 알아보다 골든타임을 놓쳤고, 20km 떨어진 다른 대학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지난 2020년 3월 11일 사망했다. 그러나, 수용을 거부했던 대학 병원의 응급 CPR 환자는 이미 2시간 전 응급실에서 퇴원해 별도 중환자실로 이동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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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레스트구구에서 열린 환자 샤우팅 카페 행사에서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 김동희 군의 어머니인 김소희 씨가 아이 사진을 옆에 두고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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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검은 지난해 5월 김 군의 편도절제술을 집도한 의사를 비롯해 응급의학과 전문의 등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의 후속 보완 수사에서는 김 군을 담당한 전공의가 다른 당직 의사의 아이디로 접속해 진료 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사실도 밝혀졌다.

김 씨는 "병원 측의 진정한 사과와 위로의 말이 한마디라도 있었다면 여기(소송)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 사고 발생 시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위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의료 사고 피해자·유족은 중상해를 입거나 가족을 잃었지만, 가해자로부터 사과나 위로를 받지 못하고 수년에 걸친 소송 기간 (의료 사고) 입증의 어려움과 고액의 소송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은 "의료파업으로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동희법이 한시라도 빨리 시행돼 고 김동희 군처럼 응급 이송이 거부당하는 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군의 사망으로 인해 지난 2021년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 의무와 불가능 시 통보 기준'을 규정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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