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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해리스 예상밖 공세에 흔들린 트럼프···공수가 바뀌었다[美대선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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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TV토론]첫 대결서 해리스 판정승

유세장 규모 등 공격 받은 트럼프

불법이민 등 민주 약점 공략 못해

해리스는 대선 주자 존재감 각인

지지율 팽팽···판세 영향은 미지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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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이 주민들의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까지 나를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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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 시간) ABC방송 주최로 열린 미국 대선 첫 TV토론에서 민주당의 ‘검사 출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몰아붙이며 토론의 주도권을 끌고 갔다. 당초 ‘트럼프가 공격하고 해리스는 방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해리스는 토론 초반부터 상대를 능숙하게 자극했고 트럼프는 종종 이에 말려들었다. 해리스의 ‘압승’이라고는 볼 수 없으나 대선 주자로서 그의 존재감을 입증하는 데 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가장 논란이 된 장면 중 하나는 ‘불법 이민자들이 오하이오에서 반려동물을 식용으로 삼고 있다’고 트럼프가 주장한 순간이었다. 이에 앞서 해리스는 ‘미국의 리더상’을 얘기하다가 갑자기 화제를 돌려 “트럼프의 유세장에서는 사람들이 지치고 지루해져 떠난다”고 했는데 이 말을 들은 트럼프가 흥분해 불법 이민 문제를 거론하며 근거 없는 소문을 꺼내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가 트럼프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짚었다. 트럼프는 유세 규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를 해리스가 파고든 전략이 보기 좋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CNN 등 주요 언론들도 이날 토론과 관련해 일제히 “해리스가 낚싯바늘을 던졌고 트럼프가 미끼를 물었다”고 총평했다.

해리스는 트럼프 유세장의 군중 규모, ‘금수저’ 트럼프의 상속 재산, 국제 무대에서 트럼프의 위상 등을 비꼬았는데 트럼프는 이에 대응하느라 불법 이민과 인플레이션 등 자신이 유리한 영역에서 해리스를 충분히 공격하지 못했다. 올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TV 토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NYT에 따르면 해리스는 총 37분 41초의 발언 시간 중에 17분 25초를 트럼프를 공격하는 데 할애한 반면 트럼프는 총 43분 3초의 발언 시간 중 12분 54초만 해리스를 공격하는 데 썼다.

해리스의 공격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트럼프는 색깔론을 꺼내드는가 하면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모두가 그가 ‘마르크스주의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의 아버지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교수이고 그가 해리스를 잘 가르쳤다”고 주장했다. 자메이카 출신인 해리스 부친은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트럼프는 또 중동 정책과 관련해 설전을 벌일 때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이스라엘이 2년 안에 없어질 것”이라고 궤변을 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리스는 트럼프를 미국 대통령에 걸맞지 않은 극단주의자로 묘사하며 토끼굴로 유인했다”면서 “트럼프는 때때로 분노를 억제하고 메시지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묘사했다. 트럼프와 가까운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기회를 놓쳤다”면서 “그는 몇 차례 흔들렸다"고 했다.

해리스는 이번 대선 TV토론을 통해 미국의 유권자들에게 대선 후보로서 자신의 입지를 어느 정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 이후 등장한 해리스 입장에서는 이번 토론이 바이든과 자신을 차별화하고 유권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앞서 NYT와 시에나대 조사에서 유권자의 28%가 해리스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답할 정도로 해리스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최대 약점으로 꼽혔다. 이를 의식한 듯 해리스는 이날 트럼프가 ‘그는 바이든’이라고 공격하자 “당신은 조 바이든이 아니라 나를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거세게 되받아쳤다.

해리스가 이번 토론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기는 했으나 대선을 불과 50여 일 앞두고 판세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토론 직전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의 우위가 줄어드는 등 ‘해리스 돌풍'이 꺾이는 추세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FT는 “전국 여론조사 평균에서 트럼프에 대한 해리스의 우위는 이제 2.2%에 불과하다”면서 “트럼프는 대선 성패를 결정한 7곳의 경합주 중 4곳에서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마가(MAGA)로 대표되는 트럼프의 지지층이 토론 성패와 관계없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다는 점도 해리스에게는 부담이다. 실제로 CNN 긴급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날 토론을 계기로 트럼프 지지자 중 6%가 지지하는 후보를 바꿀 생각이 있다고 했고, 해리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2%만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NYT도 “이번 토론에 쟁점은 많았지만 치열한 접전이 될 11월 선거의 역학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결정타는 없었다"고 짚었다.

한편 해리스 측은 이날 토론이 끝나자마자 트럼프 측에 두 번째 토론을 제안했다. 트럼프는 이날 토론과 관련해 “자신이 이겼다”고 주장하면서도 해리스 측 추가 토론 제안에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10월 1일에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의 TV토론이 개최될 예정이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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