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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내 아들 죽음 이용 말라"…'개 먹는다' 트럼프 향해 일침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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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민자가 개·고양이 먹는다"던 오하이오 주 스프링필드서
이민자 교통사고로 아들 잃은 유가족 "허위주장, 증오 확산 그만"

머니투데이

1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WTC)가 있던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9·11 테러 23주년 추모식에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오른쪽)와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이 참석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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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밴스는 죽은 내 아들의 이름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대선후보 TV토론이 시작되기 불과 1시간 전.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는 교통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러닝메이트 JD 밴스를 향해 "도덕적으로 파산한 정치인"이라며 분노를 쏟아냈다. 이민자가 몰던 미니밴에 치여 사망한 아들의 이름을 트럼프 캠프가 증오를 확산하는 데 악용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8월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이민자가 몬 미니밴과 버스가 충돌하면서 11세 소년 에이든이 사망했고 2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를 낸 이민자는 오하이오주 운전면허가 없었다. 그러나 에이든의 아버지 네이선 클라크는 이날 스프링필드 시위원회의 정기회의에서 트럼프와 밴스를 향해 증오의 언어를 멈추라고 외쳤다.

사고 이후 블루칼라 타운인 스프링필드 주민들 역시 팬데믹 이후 지역에 정착한 아이티 출신 이민자 수천 명에 대한 분노를 표했지만 지난 7월에 밴스가 공론화하기 전까지는 지역 이슈에 불과했다. 밴스는 에이든 사건을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정책의 폐해로 규정하고 스프링필드로 유입되는 아이티인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켰다.

이번주 밴스는 "이 나라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스프링필드에서 이웃의 반려동물을 납치하고 먹는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트럼프 캠프는 당국이 이를 반박한 후에도 근거 없는 이 같은 소문을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확산시켰다.

클라크의 요구 이후에 나온 것이지만, 트럼프 역시 해리스(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와의 TV토론에서 흥분하면서 이 논란의 발언을 던졌다.

앞서 지난 9일 트럼프 캠프는 소셜미디어에 에이든에 대한 글도 올렸다. 글에는 에이든의 사진과 함께 통학버스를 친 아이티 이민자 에르마니오 조셉의 사진이 포함됐다. 다음날 밴스는 X의 게시글에 에이든을 언급하며 "아이가 아이티 이주민에게 살해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클라크는 이날 3분 연설을 시작하면서 "제 아들은 살해당하지 않았다. 이 비극을 증오로 돌리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들(트럼프 캠프)은 불법이민자, 국경 위기, 심지어 털복숭이 고양이들이 지역 주민들에 의해 약탈당하고 먹힌다는 허위 주장을 원하는 만큼 토해낼 수 있다. 그러나 에이든에 대해 언급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프링필드 시 당국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수천 명의 아이티인이 지역에 합법적으로 정착했고, 수십 년간 인구가 감소해온 스프링필드를 살리는 데 이들이 일조했다. 그러나 단기간 쏟아진 이민으로 주택, 학교 및 의료 서비스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이민자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36세의 조셉은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최대 9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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