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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MBK 손잡은 영풍, 고려아연 맞불 놓을까... 장내매수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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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장씨, 고려아연 최씨 간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장형진 영풍 고문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겠다고 선포했다. 두 가문의 지분율이 비슷해 반격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장내시장에서 고려아연 주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12일 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 및 특수관계인(장씨 일가)과와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고 의결권을 공동행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MBK 파트너스는 영풍 및 장씨 일가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했다. 영풍 및 장씨 일가와 MBK 파트너스가 한 배를 탔다는 의미다.

조선비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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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분석에 따르면 영풍 장씨, 고려아연 최씨 간 지분율은 비등한 수준이다. 현재 최대주주인 장씨 일가의 지분율은 33.4%로 추산된다. 반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던 최윤범 회장과 우호 세력(최씨 일가)의 지분율도 약 33.2%로 집계됐다. 여기엔 최씨 일가의 백기사로 등판한 LG화학, 현대차그룹 등의 지분을 포함한 수치다.

양쪽 지분이 비슷한 상황에서 MBK파트너스는 풍부한 자금력을 활용해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장내에서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을 매집해 고려아연 지분율을 과반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약 17%포인트를 더 매수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50% 이상 지분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1대 주주 자리에만 오르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다만 유통주식 수가 적어 주식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 가문에 묶여있는 지분율만 67% 이상인 데다 장기 투자자인 국민연금(7.57%)의 지분도 상당하다. 결국 소액주주 주식을 확보해야 하는데, 올해 6월 말 기준 소액주주 보유 지분율은 27.44%에 불과했다.

최씨 일가도 주식 매수에 동참해 반격할 가능성도 있다. 누가 더 많은 실탄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는 판이기 때문이다. 그간 여러 백기사를 확보한 만큼, 이번에도 우군 확보에 사활을 걸 수 있다. 실제 이달 2일까지 최 회장의 특수관계인들이 고려아연 주식을 꾸준히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에 설립한 영풍그룹은 고려아연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전자 계열사를 장씨 일가가 각각 맡아 분리 경영을 해왔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2022년 최윤범 회장의 3세 경영으로 접어들면서 장형진 고문과 지분 확보 경쟁이 벌어졌고, 올 3월에는 주주총회에서 사상 첫 표 대결을 벌이며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이인아 기자(ina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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