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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연 최대 100일 재택근무, 시차출근제로 아이 등하교 챙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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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 낳게 하는 일터]

콘티넨탈오토모티브코리아

조선일보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콘티넨탈오토모티브코리아 사옥에서 직원들이 육아휴직 기간 아이와 함께 찍었던 사진 등을 화면에 띄워놓고 밝게 웃고 있다. /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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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콘티넨탈오토모티브코리아 사옥. 사무실 곳곳 빈 자리가 보였다. 일주일에 이틀은 재택, 사흘은 사무실 근무를 권장하는 ‘퓨처 워크(future work)’ 제도가 정착한 이 회사에선 흔한 풍경이다. 시차 출근제가 있어 직원마다 출퇴근 시간도 다르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워킹맘 박수인(37)씨는 이 제도 덕에 주중에 남편과 번갈아가며 아이의 등하교를 챙기고 있다. 그가 사무실에 나오는 날에는 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하며 아이 하교 후 시간을 함께 보낸다. 재택인 날은 아이의 등교를 챙긴 후 회사 시스템에 접속해 일을 시작한다. 그는 “아이가 엄마의 공백을 크게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가정과 업무가 양립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계 자동차 전장 기업인 콘티넨탈오토모티브코리아는 재작년 5월 전 사원을 대상으로 ‘휴가·휴직 매뉴얼’을 배포했다. 남녀 관계없이 누구나 편하게 육아휴직을 쓰도록 안내하기 위해서다. 이전에도 육아휴직이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회사 차원에서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선언’을 한 것이다. 특히 복직 후에도 원래 근무하던 파트로 돌아가 경력이 끊기지 않도록 제도를 손봤다. 그 결과 육아휴직자가 2022년 10명, 2023년 13명으로 늘었다. 육아휴직을 한 직원들의 복직률은 100%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있는 조영준(45)씨는 재작년 육아휴직을 쓰고 아이와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했다. 자녀가 더 성장하기 전 많은 추억을 쌓고 싶어 휴직을 고민했지만 복직 후 적응이 걱정돼 선뜻 휴직계를 내기가 망설여졌다고 한다. 그러다 복직 후에도 기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휴직 결심에 이르게 됐다. 그는 “낯선 곳에서 아빠와 함께 쌓은 추억이 아이의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될 것 같아 만족한다”고 했다.

공휴일 사이에 평일이 낀 ‘샌드위치 데이’에는 전 사원에게 휴무를 권장하고 있다. 올해부턴 당해 연도 연차를 모두 소진하면 이틀의 추가 휴가를 주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쉼’을 권장하는 것은 단순히 육아뿐만 아니라 사원 본인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승민(34)씨는 둘째를 출산한 작년 2월부터 6개월간 육아휴직을 했다. 그는 첫째를 낳고 회사를 다니며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는 “(둘째 출산을 계기로 한 육아휴직은) 그동안 가족을 위한다고 소홀히 했던 나 자신을 챙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덕분에 10년간의 직장 생활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회사 생활도 즐거워졌다”고 했다.

독일의 콘티넨탈오토모티브 본사 및 해외 지사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7년부터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재택근무는 1년 중 100일을 사원 스스로 날짜를 정해 사용할 수 있다. 보통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재택근무가 보편적 근무 형태로 자리 잡았다. 개인 사정에 따라 일주일 내내 재택을 하거나 사무실에 나올 수도 있다. 출퇴근 시간을 스스로 정하는 ‘시차 출근제’도 같은 시기 시행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 워킹대디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제도가 육아에 대한 고민을 줄여주면서 이 모습을 보는 미혼 사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콘티넨탈오토모티브코리아에선 ‘모성 보호’를 큰 가치로 여기고 있다. 2022년부터 난임 치료나 태아 정기검진을 위한 휴가를 쓸 때는 사원이 휴가를 올리기만 하면 곧바로 승인이 되도록 제도를 손봤다. 작년 12월 지금 자리로 사옥을 옮기면서 임산부가 쉴 수 있는 ‘마더스 룸’을 만들고, 푹신한 소파와 안마의자를 설치하기도 했다. 출산한 아내를 상황에 맞게 챙기도록 남성 직원의 출산휴가 사용뿐만 아니라 분할 사용도 권장하고 있다.

작년부턴 ‘마이 데이(My Day)’라는 제도를 도입해 매달 3번째 금요일에 3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 일종의 ‘패밀리 데이(Family Day)’ 개념으로 가족, 자녀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도록 만든 것이다. 또 본인뿐 아니라 가족 건강검진비를 지원하고, 대학교까지 자녀 학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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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저출생 완화를 위해 일·가정 양립과 남녀 고용 평등에 앞장선 기업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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