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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국민연금 개편과 미래

정말 노년층이 더 부담하게 됐을까? 국민연금 개편안 뜯어보기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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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국민연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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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지난 1편에 이어 국민연금 개편안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봅니다. 이번 개편안에서 국민염금 보험료율을 세대별로 다르게 적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보험료 부담이 적었던 고연령층은 보험료율이 빠르게 오르게 되고, 청년층은 보험료율이 천천히 올라가게 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 노년층의 부담이 청년층보다 커지게 되는 걸까요? 마부뉴스가 국민연금 2편에서 데이터를 통해 분석해 봤습니다.

노년층의 부담, 청년층보다 커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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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가 2000년생, 1990년생, 1980년생, 1970년생 이렇게 20대부터 50대까지 4명의 사람을 두고 시나리오를 짜봤습니다. 우선 네 명 모두 대한민국 중위소득을 따른다고 가정할 겁니다. 2022년 대한민국 중위소득은 267만 원인데요, 한 사람의 소득이 모든 나이 때마다 같을 순 없으니 2022년 조사된 연령대별 중위소득 사이클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가령 25~29세까지는 266만 원을 벌고, 점점 늘어나서 40~44세 때에는 362만 원으로 피크를 찍고 다시 소득이 줄어드는 식으로 말이죠. 2025년부터 이번 국민연금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네 사람이 내는 보험료는 위의 그래프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파란색 소득 막대가 연령에 따라 변화하는 게 보이시죠? 그리고 그 소득에 따른 보험료율은 노란색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마부뉴스의 시나리오대로 계산을 해보면 어떻게 될까요? 개편안대로 연령대별로 차등 적용하면 초반 5년간은 확실히 노령층의 부담이 커지는 게 맞습니다. 보험료율의 인상 속도가 빠른 만큼 다른 세대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내야 하는 거죠. 아래 그래프 왼쪽을 보면 초반 5년간 보험료가 얼마나 더 늘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70년생은 보험료율이 9%때에는 월마다 23만 4,000원을 냈는데요. 하지만 개정된 이후엔 30만 6,800원을 내야 합니다. 7만 원 넘게 늘어나는 거죠. 반면 2000년생은 월 2만 원만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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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번 개편안으로 인해 노령층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사실 그렇게 보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고연령층은 보험료율이 금방 13%로 오르긴 하지만, 앞으로 연금 보험료를 내야 하는 기간이 짧거든요. 반면 2-30대는 천천히 13%에 다다르지만, 13%로 유지된 채 오랜 기간 동안 연금을 내야 하죠. 즉, 전체 보험료를 가지고 평균을 내보면, 젊은 세대가 더 많은 보험료를 내는 건 변하지 않습니다. 오른쪽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 2025년 이후 연금 의무가입 기간 통틀어서 납부하는 보험료의 월 평균치를 계산하면, 20대, 30대의 부담이 다른 세대보다 더 큽니다.

개편안을 두고 나오는 각계각층의 목소리



이번 개편안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연금제도의 책임 운용자는 정부인데, 여태껏 연금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경고가 울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나 몰라라 했거든요. 노무현 정부의 개편안 이래로 어떠한 정부도 책임 있는 연금 개편안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일단 개편안을 제시했으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거죠.

다만 그 내용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지난 21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꾸려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 왔던 것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당시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모두 보험료율 13% 인상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놓고는 생각이 달랐어요. 국민의힘은 43%를 주장했고, 민주당은 45%를 밀어붙이면서 평행선이 이어졌죠. 그러다가 21대 국회 말, 민주당이 소득대체율 44%까지 받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모수개혁뿐 아니라 구조개혁도 포함해야 한다며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겨버렸죠.

그런데 막상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개편안을 보면 구조개혁에 대한 내용이 너무 적은 거죠. 그러다보니 야당 쪽에서는 이럴 거면 왜 지난 협의안을 거부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던 김연명 교수도 이번 연금 개편안에 구조개혁에 관한 내용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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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보험료율을 차등을 두어 인상하는 것을 두고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50대는 여태껏 보험료를 덜 내왔고, 20대는 앞으로 더 내야 하는 만큼 공정성을 개선하기 위한 접근으로 볼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죠. 반면 1살 차이로 보험료율이 갈리는 등,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또한 보험료율이 급격히 오를 50대 장년층에 대한 보충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요. 앞에서 데이터를 통해 살펴본 것처럼 개편안 시행 이후 초반에 다른 연령대보다 50대에게 부담이 늘어나는 건 확인할 수 있었잖아요. 전문가들은 생활 형편이 어려운 노년층 입장에서 보험료가 급격히 인상되면 제 때 내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 기간을 못 채운 50대 가입자가 2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연금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거든요.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거기에 가속도를 붙이게 될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자동조정장치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도 있습니다. 현재 연금은 물가가 오르면 그만큼 연금액이 늘어나게 되어있지만, 만약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된다면 거기에 가입자 수나 기대여명을 반영해 연금액 상승에 제동을 걸게 되어 버리죠. 물론 그만큼 국민연금이 오랫동안 더 지속될 수는 있겠지만, 노후소득을 보장하기는 더 어려워지고요.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안 그래도 노령층 빈곤이 심각한 상황에 노후소득 보장성이 떨어지면 연금의 목적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Q. 이번 국민연금 개편안에 정년 연장 문제도 얽혀있다던데?

개인 소득과 연금 그래프를 보면, 중간에 틈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이 틈이 생긴 이유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과 연금을 받는 시점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현재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은 59세입니다. 하지만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는 60세에서 65세로 점점 늦춰지고 있죠. 연금 수급개시 연령은 바뀌어 왔는데 의무가입 연령은 그대로인 상태라 일종의 소득 공백 상태가 생겨버린 겁니다.

이에 정부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64세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의무가입 기간 5년 연장만으로는 연금 수급자의 노후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노동자가 법적 정년인 60세 이후에 안정적으로 돈을 벌 방도가 없을 테니까요. 즉,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적 정년 연장 건을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사회적 합의가 연금 개혁의 핵심



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안을 제시한 만큼 이제 개혁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앞으로 정부가 연금 개혁 방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되면, 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해당 안건을 심사하게 될 겁니다. 일단 국민의힘은 이번 정부안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합의안에서 논의되었던 소득대체율 43~45%에서 역행한 안이라고 비판하고 있죠.

국민의힘에서는 이번 22대 정기국회에서도 지난 21대 때와 마찬가지로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하자고 야당에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연금 개편안의 핵심인 정책 내용을 먼저 결정한 다음에 특별위원회를 꾸리는 게 순서라고 주장하고 있는 지라 국회에서의 연금 개편안 논의가 쉽게만 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 국민연금 제도가 바뀌려면 국회에서 입법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가 아무쪼록 잘 합의에 이르렀으면 하는 게 마부뉴스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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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는 일본후생연금펀드(GPIF), 노르웨이국부펀드(GPFG)에 이어 자산규모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상당합니다. 가입자도 2,000만 명이 넘는 상황이고요. 수많은 사람들이 가입해 보험료를 지불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이 담길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프랑스에선 1995년에 연금 개혁을 추진했어요. 하지만 정부 개편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었죠. 국영철도, 공공교통 노조를 중심으로 개편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시작됐고, 우체국, 교사, 정부기관 노동자도 파업에 참여하면서 사회는 혼란에 빠졌어요. 결국 정부는 연금 개편안을 전면 철회하기에 이르렀죠. 2023년에도 프랑스는 연금 개혁을 시도했고, 이에 대한 반발이 있었지만 마크롱 정부는 개혁을 밀어붙였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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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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