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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연금 차등인상' 공방…"청년 배려" vs "중장년이 벌어놓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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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재정보장·소득보장론 양측, 정부 주최 토론서 맞붙어

연금 실질가치 줄이는 '자동조정장치'엔 한목소리로 우려

뉴스1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9.1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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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국민연금의 재정안정과 소득보장을 주장하는 양측의 전문가들은 13일 정부가 내놓은 '세대별 차등 보험료 인상안'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재정안정론 측에선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에 비해 보험료를 많이 내고도 연금은 덜 받으므로 정부의 세대별 차등 인상안이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옹호했다.

반면 소득보장론 측에선 기성세대가 기금 적립을 통해 청년세대가 낼 보험료 33년 치를 이미 벌어놓은 만큼 정부의 안이 불합리하며,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연금 전문가인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과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 교수 간 토론 형식으로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을 열었다.

오 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을, 남 교수는 노후소득을 주장하는 전문가로 각각 분류된다. 이날 토론 사회는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맡았다.

◇"차등 인상 통해 세대 간 형평성 제고" vs "병원 많이 가는 노인이 돈 더 내나"

두 전문가는 토론에서 정부의 세대별 차등 보험료 인상안을 두고 대립했다.

오 위원장은 "지금 50대는 굉장히 급여 혜택이 컸고 내는 것에선 부담이 적은 계층인 반면 지금 젊은 분들은 급여 혜택이 별로 없이 많이 내야 한다"며 "국민연금 안에서의 연령대 세대 간에 형평성 문제가 존재한다. 이걸 그대로 놔두는 게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세대별 차등 인상안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겠다는 취지에서 정부가 도입했다"며 "세대 공존의 입장에서 우리 사회 전체가 진지하게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남 교수는 "연금개혁 공론화까지 해서 20대가 더 내고 더 받는 안에 찬성했는데 왜 정부가 지금에 와서 세대 갈라치기를 하는 안을 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남 교수는 "건강보험을 생각해 보면 나이가 많은 이들이 병원에 자주 가지만 보험료를 연령에 따라 더 내지는 않는다"며 "국민연금도 능력에 따라 부담하는 것이지 연령에 따라 부담하는 제도는 이 세상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보험료가 적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국민연금 기금 1100조 원 중 580조 원은 운용수익"이라며 "현재 퇴직하는 분들, 40·50대가 2030세대가 낼 수 있는 보험료 33년 치를 벌어놓은 것이다. 이런 점도 같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 교수는 "기금 수익이 600조 원이 있다고 하지만 그게 다 미래세대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임금 인상을 반영해 급여를 계산하게 되는데 이를 감안하면 상당히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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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9.1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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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대체율 42%는 적절" vs "'대체율 50%' 공론화 의견 존중해야"

두 전문가는 정부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2%로 조정하는 모수개혁안을 낸 데 대해서도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오 위원장은 보험료율 13% 인상안과 관련해 "21대 국회 때 여야가 사실상 합의를 한 것이기 때문에 이후 큰 논란은 없을 것 같다. 국회 합의를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 소득대체율과 관련해선 "42%는 (여야) 양쪽의 의견을 절충하고, 또 지난 2007년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낮추는 계획 집행의 신뢰성,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긍정 평가했다.

반면 남 교수는 "(지난 21대 국회 때) 정부가 추진한 공론화 과정에서 국민이 선택한 것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였다. 그 정신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정부의 '소득대체율 42% 안'에 대해 "협상 상대방을 굉장히 무시한 안"이라며 "21대 국회 때 야당 대표가 소득대체율 44%를 받겠다고 했는데 22대 국회에 와서 정부가 처음 낸 안이 42%면 누가 협상에 나서겠나. 이는 판을 깨자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자동조정장치엔 한목소리 반대…재정안정 "시기상조", 소득보장 "노인빈곤 악화"

두 전문가는 정부 개혁안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인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선 모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남 교수는 "우리가 연금을 받게 되면 퇴직 후 연금의 실질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물가에 따라 연금을 올려주는데, 자동조정장치는 기대여명이나 제도부양비 등 변수에 따라 실질가치를 유지하는 폭을 줄이는 것"이라며 "명목금액은 내려가지 않을지 몰라도 실질가치가 줄어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대로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면 2060년대에도 빈곤율이 27%, 2080년대에 가도 30% 가까이 된다는 전망이 있다"며 "급여 수준이 높지도 않은데 지금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게 되면 노인빈곤율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고 고령사회에 우리 사회가 적절하게 운영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 위원장은 "자동조정장치는 인구와 경제 변화에 따라 제도가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들은 자동으로 바꾸도록 구조를 만들어 놓은 '연금개혁의 탈정치화'"라며 "점진적으로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나라들이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서구 나라들은 연금의 일정한 재정 안정화를 갖춰 놓은 후 이를 도입했으며, 그래서 자동조정장치에 의한 결과를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그렇지 못하고 재정 불균형이 굉장히 크다. 장치를 도입하면 보험료를 무척 빠르게 올리거나 급여를 깎는 등 급진적 개혁을 요구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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