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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국민연금 개혁하면 받는 돈만 줄어든다? 전문가들도 팽팽한 설전[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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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가운데)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맨 왼쪽),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토크쇼 형식의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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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안이 실행되면, 내가 앞으로 받게 될 연금이 줄어들까.

이달 초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은 기금 재정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명목소득대체율은 기존 논의(44~45%)보다 낮은 42% 정도로만 상향 조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급격한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해 장기적으로 재정안정을 꾀할 수 있는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개혁안을 두고 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은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청년세대의 급여액이 실질적으로 20% 삭감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쪽 전문가들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제도 개혁에 드는 불필요한 정치적 비용을 줄여주는 면이 있으니 지금 당장은 아니고 추후에 도입을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13일 보건복지부 주도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연금 개혁안 관련 브리핑 중 두 연금 전문가가 설전을 벌였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과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다. 오 위원장은 재정안정론자로, 남 교수는 소득보장론자로 분류된다. 두 사람의 논의를 질의응답형식으로 정리했다. 이날 대담은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이 진행했다.

연금개혁안 “더 내고 많이 덜 받는 안 ” vs 모수개혁안으로는 적절


이기일(이하 ‘이’)= 연금 개혁안에 대한 총평부터 듣고 싶다.

남찬섭(이하 ‘남’)= 전체적으로 문제가 많고 비민주적인 개혁안이라는 의견이다. 지난해 재정계산위원회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의 민간자문위원회에서도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는 내용들이다. 그간 우리는 ‘더 내고 더 받는 안’ 혹은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을 논의했는데, 정부가 낸 안은 ‘더 내고 많이 덜 받는 안’이다.

오건호(이하 ‘오’)= 이번 개혁안은 단기적 시야의 모수개혁안(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등 내거나 받는 돈을 조정하는 안)으로 보면 현재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식의 수치 조합을 제시했다고 본다. 중장기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면에서는 기금 수익에 의존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또한 퇴직연금 등 세부안을 보면 보장성면에서 전체적으로 좀 부족하다는 평이다.

자동조정장치 “세계적 추세, 필요해” vs “노인빈곤율만 증가시킬 것”


이= ‘자동조정장치’에 대한 두 분의 의견은 어떠한가.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다. 복지부 설명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남=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나라가 24개국이라고 하지만 (보험료 결정방식 등을 고려하면) 실상은 최대 한 17개국, 낮게 잡으면 14개국 정도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우리가 받는 연금의 명목금액은 내려가지 않을지 몰라도, 실질가치가 줄어든다. 물가가 5% 올랐는데 임금이 5% 오르는 게 아니라 3%만 올라가면 임금이 줄어드는 것이다. 현재 급여 수준이 높지도 않은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시기에 노인빈곤율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지 못한다.

오= 다른 나라를 보면 연금 제도 변화가 있을 때 의회를 거친다. 그때 굉장히 갈등을 겪게 되고, 그러면 연금개혁에 드는 정치적 비용이 너무 커진다. 자동조정장치는 소득대체율이나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나 수급자 혹은 임금과 같은 제도 바깥의 경제 변수에 따라 제도가 자동으로 바뀌도록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다. ‘연금개혁의 탈정치화’가 취지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나라들은 굉장히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서구에서 도입한 나라들에 비해 국민연금은 재정 불균형이 무척 큰 상태다. 지금 도입하면 굉장히 급진적 개혁이 요구될 수 있다. 이번 연금개혁에선 논의하지 말고 추후에 논의했으면 한다.

남=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고 꼭 도입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스페인 같은 경우는 도입했다가 폐지했고, 이탈리아도 사실상 자동조정장치를 무력화하는 안을 도입했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려면 기대여명이나 제도부양비 등 인구학적 변수를 사용해 미래 전망치를 도출하는데, 전망치 도출에 정부가 (의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세대별 차등보험료 “제도 형평성 바로잡는 안” vs “사회보험제도 취지 위배”


이= 세대별 차등보험료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

(정부 개혁안대로면 20~50대까지 출생연도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가 다르게 적용된다.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씩 보험료율이 인상되는 식이다.)

오= ‘세대 갈라치기’라는 비판도 나왔는데, 저는 정부 설명대로 ‘연령대 간 세대 간 공정성을 도모한다’는 생각이다. 현 제도 안에서 형평성이 깨져 있다면 그것을 바로잡는 차등은 ‘적극적인 차등’이라고 생각한다.

50대 중장년층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옛날에 굉장히 높았다. 그런데 지금 청년들은 낮은 소득대체율을 적용받을 것이다. 국민연금 여건상 보험료율이 꽤 빠르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안에서 연령대, 세대 간에 형평성 문제가 존재하는데 (세대별 차등보험료를 통해서) 청년세대들의 연금 제도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줄 수 있다. 다만 중장년일지라도 가입 기간이 짧거나 보험료 인상을 따라가기 어려운 분들에 대한 보완은 필요하다.

남= 사회보험제도는 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부담하게 돼 있다. 연령에 따라 부담하는 제도는 없다. 건강보험을 생각해보면 나이나 연령에 따라서 보험료가 다르지 않고, 보험료를 적게 냈다고 치료를 적게 해주지 않는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일상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세대의 형평에 대해 문제 제기할 수 있지만, 정부라면 설득을 하고 세대간 연대를 강조해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 현재 보험료가 18.5%인데, 1990년대에는 13~15%를 내고 급여가 더 높았다. 그렇다해서 젊은 사람들이 현재 연금을 받는 노인들에게 우리가 손해 본다거나 억울하다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연금개혁논의 “모수개혁 중심 빠르게 진행해야” vs “정부 개혁안 부실”


이= 앞으로 국회에서 연금 개혁안 논의가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오= 하루라도 빨리 개혁이 이뤄지는 쪽으로 가야 한다. 자동조정장치나 세대별 차등보험료됴 구조 개혁의 한 맥락으로 볼 수 있는데, (구조개혁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려 할수록) 논의진행이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일단 자동조정장치는 이번 연금개혁에서 정부가 제안했다는 정도로만 확인하고, 안건을 뺐으면 좋겠다. 세대별 차등 보험료율은 몇 달 기간을 정해서 집중토론하면 된다. 늦어도 내년 초 정도에는 국회에서 모수개혁 매듭을 지었으면 한다.

남= 세대별 차등 보험료와 자동조정장치는 구조개혁이 아니다. ‘더 내고 덜 받는 것’이기 때문에 모수개혁에 속한다. 저는 정부가 공론장에서 채택되지 않은 안을 핵심적 안이라고 들고나온 것이 절차상으로 문제가 많다고 본다. 개혁 논의가 불투명해졌다는 생각이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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