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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AI 규범 주도하는 한국, 국제사회 룰 메이커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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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REAIM 글로벌위원회 의장

“한국이 네덜란드와 함께 인공지능(AI)의 군사적 사용 규범 제정을 주도하는 것은 우리 외교사에서 획기적인 일입니다. AI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내년 쯤 유엔에 제출될 AI의 군사적 분야 규범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일 뿐 아니라 북한이 AI를 군사적으로 사용해 위협하는 것에 대한 대비책도 될 겁니다.”

외교부, 국방부가 지난 9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개최한 ‘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sponsible AI in the Military domain·REAIM)’에 미국·중국·영국을 포함한 96국이 참가, ‘행동을 위한 청사진’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REAIM 글로벌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서울국제법연구원 이사장)은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AI는 이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중요한 국가 안보 자산”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다른 국가가 만든 규범을 따르는 룰 테이커(rule taker)였는데 REAIM은 새로운 규범을 선도하는 룰 메이커(rule maker)가 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윤병세 REAIM 글로벌위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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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AIM은 어떤 조직인가.

“AI가 빠르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드론을 비롯한 무기 체계에 AI가 적극 활용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의 군사적 이용과 관련한 최소한의 규범을 만들기 위해 출범한 1.5트랙(반관반민) 형식의 다자회의체다.”

- 어떻게 우리나라가 네덜란드와 함께 REAIM을 주도하게 됐나.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국제법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네덜란드가 우리에게 AI 군사적 규범을 함께 만들자고 요청해 온 것이 출발점이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2013년, 2015년 사이버스페이스 총회를 번갈아 개최하며 협력한 전례가 있다. 네덜란드는 한국이 ‘세계 3대 AI강국(G3)’을 지향하며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전 세계를 아우르는 규범을 함께 만들자고 했다.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REAIM 1차 회의가 열린 데 이어 이번 서울 행사에 96국이 참가했다.”

- AI 규범을 만들려는 다른 시도는 없나.

“전 세계에서 AI 관련 규범을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지난해 ‘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 및 자율성에 관한 정치선언’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최근 ‘책임 있는 AI 사용 원칙’을 채택했다.”

- 우리나라는 지난 5월에 AI 서울 정상회의도 주최하지 않았나.

“5월에 열린 AI 서울 정상회의는 세계 3대 AI 강국을 목표로 비(非) 안보 분야를 주로 다뤘다. 이번 REAIM 회의는 AI 업계와 외교·안보 부처의 이해관계를 고려해가며 국제사회의 거버넌스(관리체제) 틀에 대한 청사진을 채택한 것이 핵심이다.”

- AI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데 왜 유독 군사적 사용에 초점을 맞추나.

“앞으로 SF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AI 기계가 대량 살상 명령을 내리게 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단순한 무기 체계를 넘어서 정보·감시정찰, 지휘통제, 사이버 및 정보전 등 전략 체계에 쉽게 응용 가능하기에 핵과 생화학무기처럼 관련 규범이 시급한 상황이다.”

- AI 규범은 한반도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나.

“지난 6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발표된 ‘러·북 포괄적 동반자 관계 조약’ 10조에는 우주, 원자력 분야뿐만 아니라 AI와 관련한 ‘교류와 협조 발전 및 공동연구 적극 장려’가 들어가 있다. 북한도 그만큼 AI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국제적 규범은 북한을 비롯한 불량 국가의 AI에 기반한 불법적인 공격을 막는 최소한의 제어 장치가 될 수 있다. 무책임한 국가 지도자가 군사력을 AI에 맡기고 오판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 REAIM이 현재 갈등이 커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나.

“미중은 대립하면서도 AI 문제에 대해선 협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미·중 회담에서도 유일하게 AI 분야 관련 합의를 하고, 지난 5월 처음으로 AI 관련 양자 회담을 개최했다. REAIM에는 미국은 물론 중국이 참여하고 있는데 우리가 주도하는 규범이 양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AI 규범을 너무 강조하면 AI 발전을 저해하는 것 아닌가.

“AI는 분명히 양날의 칼이다. 우리나라는 AI 규범을 선도해가면서 AI 능력을 더욱 향상시켜가야 한다. 국방부가 최근 ‘AI 과학기술 강군’을 위해 국방 AI 센터를 만들었는데, 모든 군사 체계를 AI를 염두에 두고 재정비를 해야 한다.”

[이하원 외교담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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