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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대선 앞두고 분열된 실리콘밸리...직원들은 압도적 해리스 지지, 경영진은 '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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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테크 친화적 정부 원해’

직원들 ‘기술과 사회 함께 번영해야’

블루 스테이트의 이례적 ‘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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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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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크 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가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표심이 좌우로 극명히 나뉘고 있다. 테크 산업에 종사하는 일반 직원들은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한편, 선거가 다가올수록 테크 억만장자들은 트럼프 지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성향이 극히 강한 ‘블루 스테이트’인 캘리포니아에서 이 같은 ‘분열’은 이례적이다. 정치 홍보 전문가인 샘 싱어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리콘밸리는 지금 매우 긴장된 상태입니다. 같은 사업군에 두 개의 상반된 진영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아주 특이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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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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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정치 감시 단체 오픈시크릿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알파벳(구글 모회사)·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 재직자들은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하고 있다. 알파벳 직원들은 지금까지 해리스 캠페인에 216만 달러(약 29억 원) 이상을 기부했는데, 이는 동일 회사 직원이 트럼프 진영에 기부한 금액의 40배에 해당한다.

아마존과 MS 직원 및 가족들 역시 해리스 캠페인에 각각 100만 달러, 110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트럼프 캠페인에 기부한 금액은 아마존이 11만 6000 달러, MS가 8만 8000 달러로 격차가 컸다. 메타와 애플에서도 경향은 비슷하다. 메타 직원들은 해리스에게 83만 5000 달러, 트럼프에 2만 5000달러를 기부했고, 애플 직원들은 해리스에게 86만 1000 달러, 트럼프에 4만 4000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빅테크 직원들 사이에서 해리스 지지율은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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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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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반 직원들과 다르게 테크 기업 창업자·투자자 등 억만장자들은 ‘우클릭’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 호로비츠의 공동창업자들이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고 있다. 또 ‘페이팔 마피아’의 한 명인 투자자 데이비드 삭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조 론스데일 공동 창업자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억만장자들이다.

지난 5월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실리콘밸리가 분열되고 있는 이유로 경영진과 일반 직원들이 원하는 바에 괴리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영진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들어 이어진 빅테크 제재에 반감을 크게 갖고 있다. 이들은 반독점법 규제, 가상화폐 규제 등을 완화해줄 ‘기술 친화적인 정부’를 원하고 있고, 바이든과 함께 빅테크 규제에 나섰던 해리스보다 트럼프가 이들 업계에 더욱 호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원래부터 진보 성향이 강했던 테크 업계 종사자들은 인공지능(AI)의 출현 등으로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기술과 사회가 나란히 번영할 수 있는 적절한 규제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술 리더들 사이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례적인 ‘내분’도 일어나고 있다. 머스크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비노드 코슬라 코슬라벤처스 창업자가 트럼프에 혐오감을 품고 있다는 이유로 ‘미친놈’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에 나섰다. 반면 민주당 성향인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박스’의 CEO 에런 레비는 데이비스 삭스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기침약에 취한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WSJ는 “대선을 앞두고 기술계 거물들이 자신의 동료를 향해 비난을 퍼붓는 이례적인 공개 언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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