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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응급실 뺑뺑이’ 두려운 명절…기본만 지켜도 ‘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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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응급상황 대처법

경향신문

그래픽 | 성덕환 기자 thekh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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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이 모이고 멀리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추석 연휴엔 예상치 못한 사고나 응급질환이 생겨도 문을 연 의료기관을 찾기 힘들 수 있다. 특히 의료계 안팎의 갈등으로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시기라 불안은 더 커진다. 다치거나 아픈 정도가 심각하면 분초를 다퉈 가까운 응급실을 찾아야겠지만, 응급상황 발생 후 즉시 대처할 수 있는 처치법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예방을 최우선 원칙으로 하면서 성묘와 벌초 중에 벌이나 뱀의 공격을 받는 사고를 비롯, 집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알아보자.

여름 내내 길게 자란 산소의 풀을 정리하고 성묘를 갈 예정이라면 최근 ‘벌 쏘임’ 사고가 늘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9월까지 폭염특보가 이어지며 기온이 높게 유지돼 말벌 개체군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벌에 쏘여 목숨을 잃은 사람만 12명에 달한다. 특히 벌에 쏘이는 사고가 가장 많은 시기는 8~9월로, 전체 사고 중 약 30%가 이때 일어난다.

벌초 과정에서 미처 벌집을 보지 못하고 건드리는 경우 순식간에 벌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벌에 쏘였을 때 증상은 벌의 종류와 쏘인 횟수, 개인별 알레르기 반응 등에 따라 다르다. 말벌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벌침이 꽂힌 부위를 중심으로 통증과 부기, 가려움 등의 반응이 나타나지만 대부분 1~2일이면 증상이 사라진다. 다만 장수말벌처럼 매우 크고 독성도 강력한 종이나 침을 여러 차례 쏘는 말벌이 공격했다면 사람에 따라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독성 강력한 말벌, 생명 위협까지
호흡곤란·두드러기 땐 병원으로

뱀에 물린 곳 너무 꽉 묶으면 위험
독 퍼지지 않게 뛰지 않는 것 중요

화상 부위에 소주 붓는 민간요법
병세만 악화…15분 이상 찬물에

목에 걸린 가시 뺀다고 밥 한 술?
더 깊이 박혀…따뜻한 물 마셔야

벌에 쏘여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알레르기 반응 때문이다. 벌독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독성이 약한 작은 벌에 쏘이더라도 피부가 창백해지고 땀이 나며 호흡곤란과 두드러기, 혀·목 부위 부기가 나타나는 등의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보일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심한 경우 1시간 이내에 사망할 수도 있다. 양희범 의정부을지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평소에 자신이 벌독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벌에 쏘였다면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과민성 쇼크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병원 응급실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벌만큼이나 늦여름과 가을철 야외활동 중 위험한 동물은 뱀이다. 뱀에 물렸을 때 대처하는 응급처치법 중에선 독이 전신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상처 주변을 강하게 묶는 방법이 흔히 알려져 있다. 실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 가운데 물린 부위 주변을 겹겹이 꽉 묶거나 심지어는 케이블타이까지 동원해 칭칭 감아서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과도하게 묶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며 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 대신 물린 부위의 5~10㎝ 윗부분을 끈이나 수건 등으로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여유 있게 묶는 것이 좋다. 상처 주변을 묶는 이유가 지혈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동맥의 피는 일정량 흐르게 하면서 정맥의 피가 되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기 때문이다.

양희범 교수는 “상처 주변을 너무 꽉 묶으면 오히려 혈액순환을 방해해 심한 부종이 생길 수 있고, 압력이 강한 케이블타이 등을 이용할 경우 혈액의 흐름을 막아 상처 아래 부위가 괴사될 수도 있다”며 “미지근한 물로 닦아낸 뒤 물린 부위를 심장보다 낮게 두고, 심장이 빨리 뛰면 독이 더 빠르게 퍼지니 절대 뛰지 말고 가까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명절을 맞아 가족과 친척이 모인 집 안에서도 응급상황이 발생할 위험은 곳곳에 있다. 특히 뜨거운 기름을 사용해 많은 양의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화상을 입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화상이 생겼을 때 과거부터 전해지는 민간요법으로 화상 부위에 소주를 부어 열을 내리고 소독을 하는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으나 오히려 병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소주를 비롯해 알코올 성분이 들어간 액체를 부으면 환부의 모세혈관이 확장돼 부종과 통증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어서다. 또 열기를 내린다는 이유로 얼음, 감자, 오이 등을 환부에 대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방법 역시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피해야 한다.

화상을 입었다면 즉시 흐르는 찬물로 환부를 씻어내고 15분 이상 찬물에 담가두는 것이 좋다. 김건 이대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화상을 입고 물집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때 물집을 집에서 터뜨리면 심각한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반드시 응급실을 방문해 소독과 적절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며 “차가운 물에 적신 깨끗한 수건이나 거즈 등으로 환부를 덮은 채 응급실로 오면 된다”고 설명했다.

차례상에 오르는 여러 종류의 생선요리를 먹다 미처 제거하지 못한 가시가 목에 걸리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때도 잘 알려진 민간요법을 따라 맨밥 한 숟가락을 삼키는 방법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잘못하면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 삼킨 음식물이 가시를 움직여 오히려 더 깊이 박히게 할 수도 있으며 정도가 심각하면 식도에 구멍을 만들 수도 있다. 또 가시를 부드럽게 하거나 녹이기 위해 레몬, 식초 등 산도가 높은 음식을 먹는 민간요법도 있다. 이 방법 역시 레몬이나 식초가 상처 입은 식도를 자극하면서 식도염 등을 유발할 수 있어 금물이다.

깊이 박힌 가시가 아니라면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빠지도록 유도해볼 수 있다. 이렇게 어느 정도 기다려볼 수는 있지만, 차도가 없는 상태에서 3일 이상 방치하면 가시가 박힌 부위에 염증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일찍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김건 교수는 “쉽게 빠지지 않을 정도로 깊이 박힌 경우에는 응급실을 찾아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며 “무엇보다 가정에서 인위적으로 가시를 빼기 위해 일부러 구토를 하거나 소독되지 않은 핀셋, 손가락 등을 목 안쪽으로 집어넣는 것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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