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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국정 농단의 시작은 사람 하나 잘못 쓴 것…결국은 이렇게까지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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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가시나무를 심은 자는 그것이 자라면 찔리는 법 (글 : 양선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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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에도 양호라는 사람이 있었답니다. 중국 사람 양호라고 하면 <삼국지>에서 적국인 오나라 장군 육항에게서까지도 깊은 신뢰를 받았던 서진시대 덕장의 대명사로 그려지죠. 아주 '멋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긴 인물입니다.

그런데 춘추전국시대의 양호는 실력은 출중하나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 양호와 관련된 이야기는 조나라 간주와 엮여서 두어 편 나오는데, 이런 이야기입니다.
#1
양호라는 사람에 대해 말하자면, 이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겠다.
"군주가 현명하면 마음을 다해 섬기고, 불초하면 간악한 일을 꾸며 시험한다."
그가 노나라에서 쫓겨나고 제나라에서 의심을 받아 조나라로 도망갔다. 조나라 간주가 그를 맞아 재상으로 삼고 싶어 하자 측근들이 말했다.
"양호는 남의 나라 국정을 잘 훔치는 자인데 어찌하여 그를 재상으로 삼으려 하십니까?"
그러자 간공이 말했다.
"양호는 훔치려 들고, 나는 지키려고 한다."
그러고는 마침내 법술로써 그를 제어했다. 양호는 감히 나쁜 짓을 못 하고, 간주를 잘 보필했다. 군주는 강하게 일어났고, 패자에 버금가는 당대의 실력자가 되었다.




#2
양호가 제나라를 떠나 조나라로 도망쳤다. 조나라 간주(조양자)가 물었다.
"내가 듣기로 그대는 사람을 잘 기른다고 하더이다."
그러자 양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노나라에 살 때 세 사람을 길러서 모두 영윤이 되었습니다. 제가 노나라에서 죄를 짓게 되자 그들은 모두 저를 잡으려고 하였습니다. 제가 제나라에 있을 때 세 사람을 추천해 한 사람은 왕의 측근이 되었고, 한 사람은 현령이 되었으며, 한 사람은 후리(형사)가 되었습니다. 제가 죄를 짓게 되자 왕의 측근은 저를 만나주지 않았고, 현령은 저를 붙잡으려고 기다렸고, 후리는 국경까지 쫓아왔지만 저에게 이르지 못해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무슨 사람을 잘 기른다고 하겠습니까?"
간주는 고개를 숙이고 웃으며 말했다.
"원래 귤이나 유자나무를 심은 자가 그것을 먹으면 맛있고 냄새를 맡으면 향기로운 법. 탱자나 가시나무를 심은 자는 그것이 자라면 찔리는 것이오. 그러므로 군자는 사람 기르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오."





최고 리더, 옛말로 군주가 해야 할 일은 물론 많지만 다 털어내고 딱 하나만 남기라고 한다면, 한비자는 '용인'(用人)을 꼽을 겁니다. 사람을 쓰는 일이죠. 일은 결국 사람이 이루는 것이기에 누가 일을 맡느냐에 따라 결과는 아주 달라집니다. 실력 있고, 사리사욕을 획책하지 않고, 법에 의거해 법을 구부리지 않고, 만백성 이익의 관점에서 일을 처리하는 사람. 한비자는 이상적 관리자로 이런 사람들을 꼽습니다. 한비자의 용어로 말하자면 지술지사(智術之士), 능법지사(能法之士)입니다.

세상이 혼란스러운 건 이런 사람들이 관리로 등용되지 못하고, 반대로 기피해야 할 사람들이 등용되어 국정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군주의 신임과 총애를 받는 자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실권을 잡고서 국정을 농단하기 시작하면 나라 안팎이 그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답니다. 대개 그들은 군주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바에 따라 비위를 맞추는 데 능란하기 때문에 출세 가도를 달립니다.

이런 사람들은 군주가 어리숙하고 빈틈을 보이면, 국정을 훔치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길로 빠지기도 한다는군요. 양호처럼 말이죠. 그런데 정치적 야망을 타고난 사람들이 사심이 없기를 기대하는 건 참으로 난망한 일입니다. 어쩌면 실력 있는 정치인들은 '양호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게 개연적일 겁니다. 등용되고 싶은 사람은 늘 속일 준비가 돼 있으니, 그런 이들을 다루는 '군주의 실력'이 관건이라는 게 이 이야기들이 시사하는 바이겠죠.

용인과 관련해선 또 하나의 문제에 봉착합니다.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군주는 세상 모든 사람을 다 알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천거를 받지요. 가장 좋은 천거 사례로 한비자가 꼽고 있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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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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