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 권위자 서울대 유성호 교수 "직접사인은 패혈증, 원사인은 자가면역질환 추정"
소현세자가 묻힌 소경원 |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조선시대 소현세자(昭顯世子.1612~1645)를 일컬어 흔히 '비운의 왕세자'라고 한다.
왕자의 신분으로 청나라에 끌려가 7년여를 인질로 생활하다 조선으로 돌아온 지 불과 3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사망 당시 왕자는 34살이었다.
인조실록에는 "세자는 본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병을 얻었고 병이 난 지 수일 만에 죽었는데, 온몸이 전부 검은 빛이었고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에서는 모두 선혈(鮮血)이 흘러나오므로…(중략)…곁에 있는 사람도 그 얼굴빛을 분별할 수 없어서 마치 약물(藥物)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런 소현세자의 죽음을 두고 일부에서는 독살설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독살의 주범으로는 부왕인 인조 또는 정적들이 거론된다.
이 같은 궁금증에서 출발해 소현세자의 죽음을 면밀히 관찰한 논문(소현세자의 독살설에 대한 의학적 고찰)이 대한법의학회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유 교수는 우선 5개의 문헌(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심양일기, 소현을유동궁일기, 심양장계)을 토대로 숨진 소현세자의 피부가 검게 변해 있었다는 기록에 주목했다.
피부색의 변화가 사망 원인을 독살로 추정하는 첫 번째 단서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피부색의 변화가 독살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봤다.
또한 코와 입, 귀 등에서 선혈(혈성액·bloody discharge)이 흘러나왔다는 기록에 대해서도 독살이라기보다는 시신의 부패로 인한 사후 변화의 가능성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유 교수의 분석이다.
유성호 서울의대 법의학교실 교수 |
그는 "사망 후 부패균의 작용으로 인한 부패 가스 압력 상승으로 혈액이 용혈하고, 혈색소가 혈관 밖으로 번지면서 코와 입 및 귀 등에서 출혈로 오인할 수 있는 부패 혈성액이 보이는 건 부검을 담당하는 의사가 흔히 경험하는 소견"이라고 했다.
소현세자 독살설의 두 번째 쟁점인 '병증 확인 후 사흘 만의 사망'에 대해서도 유 교수는 기왕증(병력)의 상태가 지속되다가 사망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소견을 냈다.
유 교수는 최종적으로 소현세자의 직접사인으로 패혈증을, 그 선행사인으로는 폐렴일 가능성을 각각 추정했다. 또 최종 선행사인인 '원사인'으로는 자가면역질환이나 대사성 질환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피부 변색을 동반한 코, 입, 귀 등의 혈성액 유출, 조기 부패로 추정되는 소견을 종합한다면 폐렴을 앓다가 패혈증이 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사인의 경우 전신증상을 동반한 지속적인 목마름, 식후 혼곤증(춘곤증) 등과 함께 조기 부패 소견을 보면 자가면역질환인 성인 발병 자가면역성 당뇨병이나 남성 쇼그렌증후군 등을 유추할 수 있다"고 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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