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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유포 목적’ 아니면 처벌 못하는 딥페이크 제작…뒤늦게 개정안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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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영상물 조작) 성범죄가 최근 잇따르면서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상 딥페이크 영상물 편집·합성·가공 행위는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보다 법정형이 낮을 뿐 아니라 ‘유포 목적’을 입증해야만 제작자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딥페이크 영상물의 경우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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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성폭력처벌법은 유포 등을 할 목적으로 피해자 동의 없는 영상 촬영물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하거나, 피해자 의사에 반해 유포 등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영리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반포 등을 한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상습범은 가중 처벌도 할 수 있다.

반면 유포 목적 없이 타인의 사진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가공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딥페이크 성범죄의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실이 딥페이크 성착취물 반포 목적 제작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2020년 이후 대법원 판결문을 입수해 전수분석한 결과 87건 중 집행유예 선고(34명·40%)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징역형 선고는 24명(27.5%)이었고 벌금형은 14명(16%)이었다. 선고유예와 무죄도 각 2명(2.2%)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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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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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서울북부지법 사건 중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 페이스북 계정 사진을 다운받아 이름, 연락처, 학교 등 정보를 적어 합성한 사진을 성인 사이트에 54차례 게시했는데도 집행유예 선고에 그쳤다고 김 의원실은 전했다.

이 기간 딥페이크 범죄 발생 건수는 2021년 156건, 2022년 160건, 지난해 180건, 올해 1∼7월 297건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딥페이크 제작자 처벌 입법 공백 해소뿐 아니라 소지·구입·저장·시청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국회 움직임이 분주하다.

김 의원 등은 처벌 규정에서 ‘반포 등을 할 목적으로’를 삭제해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사람도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도 딥페이크 성착취물 소지·구입·저장·시청 행위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한편, 딥페이크 영상물을 이용한 협박·강요 행위를 상습적으로 한 경우 형을 가중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피해자 의사에 반해 유포할 경우 형량을 현행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늘리고, 영리 목적으로 유포하면 10년 이하에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같이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을 엄단하고 소지·구입·저장·시청 행위도 처벌하기 위한 법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이후로만 10건 넘게 발의된 상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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