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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삼성 '활짝', SK '명암', LG·롯데 '기대감'…대기업 제약바이오 희비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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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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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이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바이오산업에 투자를 늘리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계열사가 엇갈린 실적을 보였다.

1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1191억원대 의약품 위탁생산계약을 체결하며 공시 기준 수주액 2조8200억원을 넘어섰다. 상반기 1조2382억원을 수주한 데 이어 하반기도 1조5827억원 규모 계약을 맺으며 올해 연간 매출 4조원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7월 미국 소재 제약사와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 금액인 10억6000만달러(1조4636억원) 규모 계약을 따낸 바 있다. 이는 기존 최대 규모 계약인 지난해 화이자 CMO 계약건(9227억원)과 비교해 58.6%나 많은 규모로, 지난해 전체 수주 금액(3조5009억원)의 40%가 넘는 수준이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1~4공장 생산용량 총 60만4000ℓ(리터)로 세계 1위 CDMO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착공한 5공장은 2025년 4월 가동 예정으로, 생산량은 18만ℓ다. 2027년에는 6공장을 추가 완공하는 등 인천 송도국제도시 제2 바이오캠퍼스에 5~8공장 합계 72만ℓ 규모 생산시설을 짓는다. 제1 캠퍼스를 포함하면 132만4000ℓ에 달하는 총 생산능력으로 '초격차'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이 중국 바이오 기업 제재를 목표로 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통과시키며 국내 대표적인 CRDMO(CRO+CDMO+CMO) 관련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3%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달 27일 장중 한때 100만원까지 상승하는 등 소위 '황제주'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민환 iM증권 연구원은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글로벌 CDMO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 생물보안법으로 표면화된 경쟁사 리스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수혜로 작용할 전망"이라면서 "5공장 준공을 통해 동사는 78.4만ℓ의 생산능력(capacity)를 확보, 대량 생산에 대한 높은 수요를 기반으로 빠른 램프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신약 개발 기업 SK바이오팜과 백신 개발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가 엇갈린 실적을 보였다.

SK바이오팜은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248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대표 품목인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 매출이 2398억원으로 연간 매출의 96.7%를 차지했다. 이외 수면 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 매출이 41억원으로 비중 1.7%였다.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363억4000만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세노바메이트가 90% 넘는 높은 마진율(매출총이익률)을 보이는 품목이기 때문으로, 특허 만료 전인 2033년 전까지 총 5조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된다.

글로벌 백신 C(D)MO와 자체 백신 개발을 핵심 사업 전략으로 두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 기간 백신 위탁생산 등으로 현금성 자산만 1조5000억원을 쌓았으나, 코로나 이후 실적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액 490억5000만원에 영업손실이 480억원 발생하면서 3분기 연속 영업 적자 중이다. 매출 구성을 살펴보면 백신 제제 제품이 72.8%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백신 제제 상품 비중이 18.6%. 기타 용역 매출(CDMO/CMO 등)이 8.6% 등이다.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라 미국 파트너사인 노바백스 계량 백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승인되며 추가 수익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은 올해 상반기 689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500% 증가한 1120억원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당뇨치료제, 백신 등 주요 제품 성장 으로 매출이 증가했다"면서 "특히 희귀비만치료제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금이 반영되며 일시적으로 수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1월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와 희귀비만증신약 'LB54640'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 1억달러(약 1400억원)를 포함해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 최대 2억500만달러(약 2800억원) 등 총 3억500만달러(약 4200억원) 규모다. 지난 2분기 기술수출 계약금 60%에 해당하는 6000만달러(약 830억원)를 지급받았다.

LG화학은 석유화학과 배터리 소재 사업이 불황에 허덕이며 실적 개선에 성공한 생명과학 사업 본부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배터리 소재 등 첨단소재 사업은 2분기 1870억원에서 170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줄었고, 석유화학 사업은 320억원에 그쳤다.

LG화학 측은 3대(지속가능·전지소재·신약) 신성장동력 추진 가속화 기조를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상반기 매출 1537억원, 순이익 2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831억원) 매출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매출 대부분은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의약품 공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2년 6월 창립한 후 같은 해 말 BMS의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했다. 면역항암제 '옵디보' 등 기존에 시러큐스 공장이 생산하고 있던 의약품을 그대로 3년간 생산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덕에 당분간 매출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시러큐스 공장에 올해 4분기 준공, 내년 1분기 GMP 승인을 목표로 ADC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동시에 2030년 세계 10대 CDMO 기업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 메가플랜트 조성을 진행 중이다.

올해 착공한 1공장은 2026년 준공, 2027년 상업생산이 목표로 약 4조6000억원을 투자해 총 생산능력 36만리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공장 3곳을 차례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구조조정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롯데헬스케어를 철수한다는 소식이 힘을 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안 되는 사업은 정리하면서 바이오 CDMO 등 미래 먹거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연초 바이오테크놀로지를 4대 신성장동력으로 꼽았다.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를 중심으로 차세대 사업 전략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그룹 전체에서 제약바이오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각 그룹 총수가 모두 제약바이오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으면서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생물보안법 최종 통과가 유력시되며 CRDMO 분야에 투자가 몰리는 추세다.

증권가에서는 지정학적 요소는 국내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당장의 수혜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생물보안법 통과에 따라) 특히 CDO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이러한 수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민 KB증권 연구원은 "연내 입법 되더라도 유예기간이 2032년 1월까지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단기적인 관점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모니터링 해야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非중국계 CDMO의 수혜가 예상될 수 있으나, 실질적인 기여도를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병현 기자 bot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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