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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日총재선거 ‘다크호스’ 다카이치 낙마?…"금지된 홍보물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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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지난 9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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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을 급속히 끌어올리며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오는 27일)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 담당상의 선거 운동 행보가 논란에 휩쌓였다. 당이 금지한 선거 홍보물을 돌린 탓에 후보직을 잃을 수도 있어서다. 이 경우 사실상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총재선의 판세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후보는 당이 금지한 '정책 팸플릿'을 전국 각지의 당원들에게 우편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구두 주의'에 그칠 것으로 보였지만, 당내에서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속출하면서 보다 강력한 대응책이 논의되는 분위기다.

관련 조치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직접 나섰다. 기시다 총리는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총무회장, 도카이 사사부로(渡海紀三朗) 정무조사회장, 오부치 유코(小渕優子) 선거대책위원장과 17일 대책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여기서 다카이치 후보에 대해 "의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아이사와 이치로(逢沢一郎) 선관위원장에게 검토를 요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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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17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당시 총재 선거 후보 공동 기자회견에서 4명의 후보가 나란히 서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왼쪽부터 고노 다로, 기시다 후미오, 다카이치 사나에, 노다 세이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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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후보 측이 "당에서 선거 홍보물 발송을 금지하기 전에 발송 등록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당 내에서 불만이 잇따르자 수뇌부에서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신문에 "다카이치의 선거 홍보물을 보고 지지를 결정한 사례가 속출했다"며 "이미 저질러진 홍보물의 효과를 되돌릴 순 없겠지만, 그렇다고 (규정을 어긴) 사람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을 허락해도 좋은가"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후보직 박탈 등 중징계로 이어질 경우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의 2파전으로 기울 가능성도 있다. 최근 다카이치 후보는 당원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두 후보와 함께 뚜렷한 3강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요미우리가 지난 14~15일 자민당 당원과 당우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이시바(26%)에 이어 다카이치(25%)가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랐다. 고이즈미는 16%는 3위였다. 반면 같은 기간 아사히신문이 자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이시바(32%), 고이즈미(24%), 다카이치(17%) 순이었다.



의원 표심은 고이즈미가 선두…2위 고바야시



선거의 향배를 가를 의원들의 표심은 조금 달랐다. 18일 아사히는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67명의 지지 동향을 조사한 결과, 고이즈미를 지지하는 의원이 46명으로 가장 많았고, 과거 아베파의 젊은 의원들이 지지하는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전 경제안보 담당상이 43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시바와 다카이치는 각 30명이었다. 신문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을 후보가 없어 2차 투표(결선)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16일 요미우리와 교도통신이 발표한 자민당 내 의원 지지율 조사에서도 40대인 고이즈미와 고바야시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며 다카이치와 이시바에 앞선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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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기시다'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고바야시 다카유키(왼쪽) 전 경제안보 담당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사진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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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총재선은 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당원들이 투표에 참여한다. 1차 투표에선 국회의원 367표와 당원 367표를 합산해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 간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결선에선 국회의원 367표에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의 지방표 47표를 합쳐 결과를 내기 때문에 의원들의 표심이 결정적이다.

현재까지의 흐름이라면 고이즈미가 결선에 올라설 경우 유리한 셈이다. 하지만 부동표가 많다는 게 변수다. 아사히와 요미우리 조사결과 등을 종합하면 약 80~90여명의 의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거나,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또 비자금 스캔들을 계기로 주요 파벌이 해체됐지만, 55명이 소속된 아소파가 건재한 상황이고 기존 파벌 단위로 특정 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이시바·다카이치 결선 가면 승부 예측 못해



'4전 5기'의 이시바가 이번엔 이 허들을 넘을지도 주목된다. 이시바는 정책 연구에 열정적이고 대중에게 인기도 높지만, 동료 의원들 사이에선 유독 인기가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1차 선거에서 1위로 결선에 오른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10월이나 11월에 치를 것으로 예상되는 총선거(중의원 선거)에서 민심을 얻으려면 이시바가 '당의 얼굴'이 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의원들이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보수 강경파인 다카이치가 이번 홍보물 사건을 잘 딛고 일어서면 총재선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다. 같은 '매파'로 옛 아베파 소장파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고바야시 대신 결선에 나서면 그 표를 고스란히 넘겨 받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재가 지지 의사를 밝힌 고노 다로(河野太郎) 디지털 담당상이 기사회생할 가능성도 예상한다. 아소파 의원들이 후보 추천에선 여러 갈래로 나뉘어졌지만, 결선에선 같은 파벌인 고노 지지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낮아 1차 선거에서 고전할 것이란 관측이 더 많다.

한편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18일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 간사장을 새로운 당 대표로 무투표 선출했다.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의 임기 만료에 따른 선거로 새 대표 선출은 15년만이다. 공명당은 오는 28일 당대회에서 정식으로 대표를 승인할 예정이다.

도쿄=정원석 특파원 ju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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