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의정 갈등이 7개월째 이어지면서 응급실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19일 대전의 한 상급종합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앞에 응급환자를 이송한 구급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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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갈등을 논의하는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추석 연휴 중에도 의료계와 소통을 이어갔지만, 의료계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며 불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전공의 단체는 한 대표와 소통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서는 등 협의체 출범이 난항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19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에 관련 인사들 다수와 일대일로 만나 대화를 나눴다”며 “충분히 설득하면서 협의체 참여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한 대표는 추석 당일인 17일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체 참여를 설득하는 물밑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전의교협을 비롯한 의료계 주요 단체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논의 등이 선행되지 않으면 협의체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한 8개 의사 단체는 지난 13일 발표한 공동 입장문에서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현 시점에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며 2025년도 의대 증원 재논의, 사직 전공의에 대한 수사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의협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증원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바꿀 생각이 있어야 그때부터 논의 시작될 수 있다”며 “지금 흩어져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원하는 건 처음부터 명확했다. 정부만 입장 변화를 명확히 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미 대학 입시가 진행 중인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조정이 불가능하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2026학년도 이후의 의대 정원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갖춘 합리적 의견을 제시한다면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논의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대통령실의 완고한 입장에 의료계는 재차 협의체 불참 의사를 굳히는 모습이다. 여당이 아무리 의제를 열어놓고 대화하자고 설득해도, 정부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협의체 참여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시각이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지난주 발표한 의료계 공동 입장문과 현재 입장이 변화한 부분은 없다”며 “만약 오늘 대통령실에서 ‘2025년도 증원에 대해서도 (조정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발표했다면 참여를 고려할 수 있었겠지만, 이렇게 (불가 입장을) 못 박고 나오는 것을 보면 대통령실은 그냥 협의체가 운영되지 않길 바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관계자도 “전공의·의대생이 2025년도 증원 재논의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2026년도 정원부터 얘기하자는 말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내년도 정원부터 논의가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정부 입에서 나와야 하는데, 절대로 안된다는 입장이니 대화가 막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에서 참고인 조사를 위해 경찰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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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유감”이라며 “거짓과 날조 위에 신뢰를 쌓을 수는 없다”고 적었다. 이는 앞서 지난 13일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이 “한 대표가 비공식 채널을 통해 박단 위원장과 줄곧 소통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한 대표는 당 대표 출마 전인 6월 초에도, 당선 직후인 7월 말에도, 언론에서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지속적으로 만남을 거절했다”며 “읍소는커녕, 단 한 번 비공개 만남 이후 대전협은 한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방법으로 (박 위원장과) 소통을 시도했다”며 “박 위원장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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