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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노무현 추모공원에서 피어난 희망의 꽃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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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종호수공원 내 노무현기념공원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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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용 | 희망 꽃 피우기 정원사



어느덧 여름밤의 폭염이 걷히며 어김없이 하루가 시작되었다. 일상의 틀 속에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세종호수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느 때와 같이 낯익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평안함으로 차오르는 한적한 장소에 이르렀다. 따스한 햇살 아래 모자를 벗고, 묵상의 시간을 가져본다. 고요한 이 순간, 마음속에 여러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곳에서 나는 하늘과 땅, 바다 그리고 모든 생명체에게 지혜로운 흐름을 기원한다. 천천히 깊은 호흡을 하며, 내 안의 평온함을 찾기 위해 집중을 하면서, 굳어져 가는 몸을 풀기 위해 나름의 기원 체조를 시작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의 관절을 돌리고, 차례로 가볍게 두드리며 에너지를 순환시킨다. 그리고 마음속에 차오르는 기운을 모아, 오늘 만날 모든 사람에게 희망의 꽃을 피우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되새긴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멈추는 곳이 있다. 바로 노무현 추모공원이다. 산책로 바닥에 새겨진 글귀들 속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진심 어린 그리움과 사랑이 담겨 있다. ‘당신은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이십니다’라는 글귀를 비롯하여, ‘촛불 혁명의 승리’, ‘원칙과 상식이 살아 숨 쉬는 나라’를 바라는 국민의 메시지가 마음에 와 닿는다. 하나하나 그 글들을 음미하며, 그가 남긴 발자취와 지금의 나라 정세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는 특별히 지지하는 정치인도, 특정한 정치색도 없다. 다만, 옳고 그름을 구별하고 나아갈 길을 고민할 뿐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분들이나 공직에 있는 이들이 만일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일한다면, 조직이나 나라 전체가 기울어지게 되고, 결국 본인 또한 파멸에 이를 것이다. 세상의 이치는 균형과 조화를 통해 유지된다. 권력과 재물은 여름날의 뜨거운 햇볕과도 같기에, 그 햇볕 아래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그들은 그저 시정잡배에 불과하다.



나 역시 흙에서 나와 다시 흙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70여 년의 세월을 살아왔다. 이제는 인생의 지혜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국정을 이끄는 사람들이라면 늘 ‘내가 추진하는 일이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인가?’, ‘관련 조직에 도움이 되는가?’, ‘나와 내 가족에게 자랑스러운 일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그러한 질문들을 통해 자신이 나아갈 길을 결정하고, 관련자들의 의견을 듣고 추진해야 한다.



이 땅의 선열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온 대한민국, 선배들의 눈물과 땀으로 이룩한 이 나라가 더 이상 기울지 않도록, 우리는 마음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은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고통받는 대다수 국민과 함께 꽃길을 걸어가기를 소망한다.



오늘따라 노무현 대통령의 소탈하고 친근한 미소가 더욱 생각난다. 그의 서민적인 모습, 진솔한 마음이 어쩌면 이 시대의 우리가 가장 그리워하고 바라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 나도 한 송이 희망의 꽃을 피우기 위해 오늘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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