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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학원보다 늘봄교실이 더 좋아요” 전문강사가 악기-드론 등 특화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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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1 80% 참여 ‘늘봄학교’

돌봄교실-방과후 프로그램 통합… 매일 2시간씩 무료로 맞춤 교육

28만 명 참여, 만족도 80% 넘어… 대구 등서 대학 연계 강의도 인기

내년엔 초교 2학년까지 대상 확대… “국가가 교육-돌봄 책임질 것”

동아일보

9일 대구 달성군 다사초 1학년 학생들이 늘봄교실에서 칼림바를 연주하고 있다. 수업은 대구가톨릭대 교수들이 개발한 음악놀이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됐다. 현재 다사초 1학년 학생 중 87.7%가 늘봄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달성=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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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칼림바를 이용해서 같이 연주해 보자.”

9일 오후 1시 20분 대구 달성군 다사초 늘봄교실. 신혜민 강사의 제안에 1학년 학생 16명이 책상 위에 놓인 칼림바를 눌러 보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신기하다는 반응과 함께 “집에 가져가고 싶다”는 말이 나왔다. 신 강사는 “음악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칼림바의 숫자만 보면 잘 연주할 수 있다”며 칼림바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모둠별로 다른 소리를 내게 이끌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아름다운 화음이 울려 퍼지자 아이들은 웃음을 터트리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 늘봄학교, 전체 초교로 확대

올해 2학기부터 전체 초등학교 6185곳과 특수학교 178곳에서 늘봄학교를 운영 중이다. 늘봄학교는 기존의 돌봄교실과 방과후 프로그램을 통합한 것이다. 희망하는 학생 모두에게 정규수업 전후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제공해 학부모의 돌봄 고민을 덜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돌봄교실은 수요가 많지만 저소득, 한부모, 맞벌이 가정 등을 우선시하는 추첨에서 떨어지면 1년간 들어가기 어렵다. 또 방과후 프로그램은 수익자 부담이고 인기 있는 수업은 추첨에서 뽑혀야 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하교 시간이 유치원보다 빨라 돌봄 공백이 큰 초1을 대상으로 먼저 도입된 늘봄학교는 최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아이를 돌봐주며 매일 2시간의 맞춤형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초1 학생 34만8000명 중 약 80%(28만 명)가 늘봄학교에 참여 중이다.

다사초의 경우 1학년 156명 중 136명(87.7%)이 늘봄학교에 참여한다. 1학년 박도경 군은 “1학기에는 학교 끝나고 바로 학원으로 갔는데 지금은 늘봄학교에서 친구들과 같이 놀아서 좋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가 정규수업이 끝난 뒤 바로 셔틀버스를 타고 학원을 여러 개 돌지 않고 학교에서 안전하게 머물 수 있다는 점에서 학부모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 대학 연계로 프로그램 질 제고

특히 다사초는 늘봄 프로그램 5개 중 3개를 대학과 연계한 덕분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읍면 지역에 있어 강사 수급에 어려움이 많았던 다사초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대학 연계 지원 사업으로 고민을 덜었다.

9일 진행된 ‘두근두근 뮤직큐’ 프로그램도 대구가톨릭대 문화예술연구소 소속 강사가 수업을 맡았다. 대구가톨릭대 문화예술연구소 관계자는 “프로그램 개발은 대학 교수진이 하고 대학 졸업생이나 강사가 강의를 맡는다”고 설명했다.

지역대학과 연계해 다사초에 강사를 지원한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지역대학 10곳이 프로그램 227개를 운영 중인데 그동안 학교에서 접하지 못했던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프로그램을 400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구 외 지역에서도 지역대학과 연계한 프로그램에 특히 만족도가 높다. 부산의 경우 동의과학대와 동의대 강사 등이 늘봄학교에서 펜싱, 드론, 드럼 등을 가르친다. 충남에서도 대학이 운영하는 골프, 로봇 코딩 등의 프로그램이 인기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늘봄학교 운영에 대한 학부모 만족도는 올해 상반기 시범 운영 때 80% 이상이었다. 특히 가정의 양육과 돌봄 부담이 경감됐다는 응답은 86.5%였다.

교육부는 늘봄학교의 만족도를 더 높이기 위해 지역 대학과 각 부처의 전문성을 활용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국고를 320억 원 확보했다. 부처별 프로그램 개발 및 공급에 108억 원, 지역 프로그램 개발에 212억 원이 책정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산림청은 숲 교육, 특허청은 발명 교육 등을 할 수 있고 교육부는 공통기준을 마련해 품질 관리를 할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대학과 협력해 지역 특성과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 강사를 양성하는 것까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늘봄학교는 내년에 초교 2학년까지, 2026년에는 초교 1∼6학년 전체로 지원 대상이 확대된다. 내년부터는 새 학기 시작 전 늘봄학교 프로그램 수요 조사와 함께 프로그램 시간표를 공지할 예정이다. 올해는 2학기부터 전면 도입된 탓에 이미 학원에 다니고 있어 늘봄학교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에는 학년도 시작 전 미리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신청할 수 있어 더 많은 학생이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초1 학생이 매일 무료 맞춤형 프로그램을 2개씩 이용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정부는 모든 0∼5세 영유아가 이용 기관에 관계없이 양질의 교육과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해 새로운 기관을 만드는 유보통합도 추진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늘봄학교와 유보통합은 국가가 교육과 돌봄을 책임져 출생률을 반등시키기 위한 중요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달성=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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