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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사우디 감독, 축구협회 조건 수락했는데…홍명보 이미 선임된 듯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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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이전시 대표, 인스타그램 통해 폭로

조선일보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오만과의 원정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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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포츠 에이전시 대표가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이미 정해진 대본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JP스포츠그룹 대표이사로 소개한 전 피에트로는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들에게 한국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관한 진실을 밝힌다”며 “저는 금전적인 이득이나 수수료, 어떠한 부분의 이익도 바라지 않고 대한민국 축구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전 대표는 “세간에 화제가 됐던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축구협회의 응답을 마지막 순간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며 “그러나 협회의 무례한 처리 방식에 깊은 충격을 받았으며 결국 제가 르나르 감독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르나르 감독은 잠비아, 앙골라, 코트디부아르, 모로코 등 아프리카 대표팀을 지휘했으며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됐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고, 역대 외국인 사령탑 최다승 기록(18승)을 세우는 등 성공적인 임기를 보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모국 프랑스의 여자 축구 대표팀을 맡았으며 대회 이후 팀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협회 역시 그를 주시했으나 대면 면접을 앞두고 르나르 감독 측이 사정이 생겼다며 장소 변경을 요청해 만남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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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베 르나르 2024 파리올림픽 프랑스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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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전 대표는 “르나르 감독은 급여와 생활 조건을 포함한 모든 조건을 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이를 무시했다”며 “르나르 감독에 대한 허위 사실이 언론을 통해 퍼졌다”고 했다. 이어 “마치 이미 정해진 대본이 있었던 것처럼, 르나르 감독이 공정한 기회를 받기도 전에 홍명보 감독이 선임된 것처럼 보였다”며 “이 결정에 관한 협회의 투명성 부족은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전 대표는 또 “루이스 드 라 푸엔테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에이전트 등과도 회의를 제안했으나 이임생 디렉터에게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며 “결과적으로, 이상하게도 유로 우승 국가대표 감독이 약 9억원(약 65만 유로)의 급여를 받는 반면, 홍명보 감독은 더 높은 금액을 받게 됐다”고 했다. 홍 감독은 외국인 지도자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대표는 “명백히 감독 선임 결정은 사전에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다”며 “협회에서 저에게 후보자를 공식적으로 요청해와 명단을 제출했으나 관련 감독이나 에이전트에게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협회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없어 전 대표가 묻자 “(후보) 리스트는 바뀔 수 있다”고만 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상한 행정은 협회 내에 더 깊은 문제가 존재함을 드러낸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제가 단순히 실패한 사업에 좌절한 에이전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한국 축구에 대한 저의 걱정은 진심”이라고 했다. 이어 협회를 향해 “당신들이 하는 일이 국민들을 좌절시키지 않게, 조금 더 제대로 일할 수는 없었겠느냐”며 “당신들은 한국 국민들을 바보로, 축구에 접근할 권리가 없는 사람들처럼, 정보를 통제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느냐”고 했다.

조선닷컴은 축구협회에 전 대표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 등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지난 7월 축구협회가 100명 안팎의 외국인 후보를 따져본 후 홍명보 감독에게 중책을 넘기자 ‘미리 짜인 각본이었다’는 축구 팬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 문제는 오는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국회 문체위는 지난 5일 홍 감독, 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등의 출석을 요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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