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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의 IT프리즘]AI, 디지털 교과서 논란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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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서울=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 2022년 11월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등장 이후 AI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데, AI 기술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인류에게 엄청난 편익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최근 사회 각 분야로 AI 기술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교육 분야이다.

정부는 지난 5월 디지털 대전환 등 시대적 변화 속에서 학생 한 명 한 명이 미래에 충분한 핵심역량을 갖추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2025년부터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을 위한 교원 역량강화 연수와 수업 혁신을 지원하는 AI 디지털 교과서(AI Digital Textbook: AIDT) 도입 등을 통해 교사가 이끄는 “교실 혁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교실 혁명의 핵심 기반이 바로 AIDT인데, 이는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학습 기회를 지원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포함한 지능정보화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학습자료 및 학습지원 기능 등을 탑재한 교과서이다. 이의 핵심 기능은 AI를 통해 학생 별 학습 수준과 속도를 진단‧분석하고, 이에 따른 맞춤 콘텐츠를 제공하는 학습 코스웨어를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는 AIDT를 내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영어·수학·정보·국어(특수교육 대상자) 과목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AIDT의 특성은 크게 4가지다. 첫째, 맞춤 설계로 개발 과정상 학생, 교사 등 사용자가 참여하도록 하여, 쉽고 편리하며 활용성 높은 기능 및 UI/UX 설계가 포함된다. 둘째, 학생에게 AI 튜터를 제공한다. AI를 이용해 학생과의 질의응답, 추가 학습자료 제공, 학습전략 제안 등 피드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셋째, 교사에게 AI 보조교사를 제공한다. 교사가 AIDT를 활용하여 학생별 맞춤 수업설계, 교과서 콘텐츠 재구성, 평가지원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넷째, 접근성 확보로 특수교육대상 학생 및 장애 교원을 위한 보편적 학습설계 및 다문화 학생을 위한 기능 등을 지원한다.

전통적인 교과서와 달리 AIDT는 여러 장점이 있다. 학생의 학습데이터를 분석해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습 스타일과 속도에 맞춰 개인화된 학습을 지원한다. 학생은 자기 수준에 맞는 자료를 선택해 학습할 수 있으며, 문제를 풀 때는 AI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학습의 효율성을 제고한다. 사례들이 교과서를 출판하는 동시에 고정되는 전통 교과서와 달리 비디오·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상호작용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는 학생의 학습 흥미를 유도하고 이해도를 높인다. 또한 디지털 형식으로 제공되므로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가능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즉, 개인 맞춤형 학습, 실시간 피드백, 상호작용 콘텐츠, 개인 데이터 분석, 접근성 강화 등의 장점이 있다.

다만, 이에 대해 반대론도 상당하다. 먼저 디지털 기기 과몰입 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청소년(만 10~19세)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었다. 현재도 상황이 이런데 AIDT마저 도입된다면 청소년의 디지털 기기 과의존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최근 10대들이 스마트폰 중독으로 사회성 결여, 주의력 결핍, 만성적 수면 부족 등을 겪고 있고 우울증도 심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스웨덴은 일찍부터 유치원 등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했지만, 아이들의 문해력 저하 문제로 지난해 6세 이하의 아동에 대한 디지털 학습을 중단한 바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 인간중심 AI 연구소에서도 새로운 자동 작성 도구로의 AI 활용은 교육 환경 등 특별한 고려 사항이 없는 곳에서는 창의력 잠식의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즉, 글쓰기의 질은 사람의 사고 능력에 기반하기 때문에, 생성형 AI 의존하여 텍스트 모델이 글을 쓴다면 학생들은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셋째, 개인정보와 보안의 문제이다. 맞춤형 학습을 위해 AI가 학생을 정확히 분석하고 그에 맞는 학습 코스를 제공하려면 막대한 양의 개인정보가 필요하다. 특히, 교과서개발에 참여하는 민간 개발사가 개인정보, 학습데이터 등을 수집함에 따른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다. 끝으로 교사의 역할이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와 AIDT 내 AI 기능이 없거나, 단순 문제풀이형 AI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여러 우려는 일견 타당성이 있다. 따라서 디지털 과몰입 문제를 해결하고 문해력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AIDT는 서책 교과서와 함께 교사의 설계에 따라 적정 빈도・방식으로 적재적소에 활용되어야 한다. AIDT는 교사와 학생의 보조 도구로서 사용되어야 하며, 비교육용 사이트 접속 차단, 학생 참여형 활동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용돼야 한다. 또한 미래세대인 학생들이 디지털 기술을 책임감 있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개인정보와 보안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민간 개발사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 등은 동의하에 최소한으로 수집하도록 하고, 법령 위반 시 엄정한 처벌을 부과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보안인증 등급 이상을 의무 획득하도록 하고 데이터의 목적 외 활용도 엄격히 금지해야 할 것이다.

사실 한국은 교육 분야에서 AIDT 도입을 위한 하드웨어 인프라는 잘 갖추어져 있다. 2020년 코로나 이후,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되면서 스마트 기기가 널리 보급되고 초고속 인터넷망이 구축되면서 디지털 기반 교육 환경이 탄탄하게 조성됐다. 전 세계 최고의 학구열을 지닌 부모와 학생, 최고 수준의 엘리트인 교사까지 이제 AI 소프트웨어의 도입과 활용만 잘 이루어지면 한국이 AI, 디지털 활용 교육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가 될 가능성이 높다.

AI 확산에 따라 사회 전반에 걸쳐 AI 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이용자의 대응력을 높여가기 위한 교육체계 개편과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교육 개편은 국가사회의 AI화 추진을 위해 가장 긴요한 준비수단이며, 이를 위해서는 AI, 디지털 교육 혁명이 필수적이다. AIDT는 이런 여정의 첫발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각종 우려와 예상되는 부작용을 꼼꼼히 챙기면서 실질적인 성공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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