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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NW리포트]DSR·전세대출 규제…부동산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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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DB 재건축, 재개발, 공사, 건설, 아파트, 주택, 철근, 물가, 부동산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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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1. "얼마 전에는 집값 잡겠다고 대출 금리를 올리더니 지금은 실수요자들 힘들다며 대출 조건이 달라졌네요. 내일은 대출 조건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믿을 구석이 있어야 집을 사든지 팔든지 할 것 아닙니까."

#2.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하는데, 전세 대출 증액될까", "실거주 유예가 3년 연기돼 임대 놓을 생각 했는데, 전세자금 대출이 막히면 잔금 어디서 구해야 하나", "지방으로 발령 났는데 서울 1주택자는 전세대출 못 받나", "이미 계약금을 냈는데, 전세 대출 안 나올까"

최근 부동산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은행 대출 관련 글이 도배될 정도다.

정부가 전방위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 등 대출을 둘러싸고 시장이 큰 혼란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강화 명분으로 가계대출 폭증 및 '부동산시장 안정'을 내세웠지만, 수도권 집값 잡겠다고 나섰다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만 박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욱이 이같은 대출 옥죄기가 확대될 경우 강남 3구 등 인기 지역에선 현금 부자들이 주도하는 장세로 이어져 집값 양극화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의 주범을 수요자들의 대출 급증으로 판단했다. 이에 금융당국 등 정부는 대출 규모를 줄여 집값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것으로, 규제 강화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러자 시중은행들도 연일 대출 금리를 올리고, 대출 한도 및 대상을 축소하는 등 새로운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12일 기준으로 주요 4대 은행(KB국민·신한· 하나·우리) 중 1주택자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 대출을 모두 받을 수 있는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기본적으로 무주택자가 첫 주택을 마련하는 경우에는 주담대 대출이 가능하고, 갭투자(전세 낀 주택 구입)로 활용된다고 지적받은 전세 대출은 막고 있다.

대출금리도 급등세다. 업계에 따르면 당국은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 금리 2단계를 시행,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선 1.2%포인트(p), 지방에서는 0.75%P의 스트레스 금리를 차등 적용했다. 여기에 일부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줄이면서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연봉 1억원인 부부가 이달 3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로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면 대출 한도는 최대 5억6800만원으로 관련 제도 시행 전인 지난달 6억9400만원보다 약 1억2600만원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이 순차적으로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이나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거나 중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를 강화할수록 서민 등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주택 구입을 위해선 목돈이 필요한데 자금 여력이 적은 실수요자는 대출 의존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위원은 "스트레스 DSR는 대출을 안 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도를 줄인다는 얘기로 대출자의 재정적 건전성을 보겠다는 취지"라며 "가계대출을 관리하겠다는 맥락에서는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대출을 한도까지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수요자들로서는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대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선호 지역에선 '현금 부자' 위주로 거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출 규제와 무관하게 자금 여력이 있는 현금 부자들은 이참에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등 강남 큰손들의 거래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이달 강남권 등 인기 지역에선 아파트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아파트의 매매 계약 신고가 비중은 6월 16%에서 7월 25%로 급등했고, 8월에는 전월 대비 10%포인트 상승했다. 또 서초구는 지난달뿐만 아니라 7월에도 신고가 비중이 34%를 차지했다. 강남·서초·용산 등의 신고가 비중은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 신고가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압구정현대 2차 160㎡가 지난 8월31일 71억8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신고가보다 6억8000만원 상승한 가격에 팔렸다.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84㎡가 60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한 것을 시작으로 반포자이 160㎡가 57억원, 래미안퍼스티지 117㎡가 53억7000만원, 아크로리버파크 84㎡가 51억원 등에 각각 팔려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송파구에서는 장미아파트 182㎡가 지난 7일 41억5000만원에 거래돼 40억원을 돌파했다.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향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금 당장은 수도권 집값을 잡을 수 있겠지만 대출 의존도가 적은 지역일수록 대출 규제 강화의 여파가 적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내에서도 지역 간 집값 오름세 차이는 크다. 서초구는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6.02% 상승했다. 강남구와 송파구도 같은 기간 4.34%, 5.85% 올랐다. 선호도가 높은 성동구와 마포구도 7.68%, 5.01% 올랐고, 용산구와 광진구도 4.81%, 4.3% 오르며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비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은 상승 폭이 덜하다. 강남권보다 뒤늦게 오름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노원구는 올해 들어 0.75%, 강북구는 0.74% 상승했다. 도봉구는 0.12% 하락했다.

주간 단위로 쪼개봐도 9월 1주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값은 전 주 대비 0.41% 상승했고, 강남구와 송파구도 0.30%, 0.31% 올랐다. 이에 비해 노원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새 0.16% 상승했다. 도봉구와 강북구도 0.12%, 0.17% 올라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크진 않았다.

매일 바뀌는 대출 조건에 주택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일까지 집계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389건으로 7월(8789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직 계약 신고일이 약 한 달 남았지만 업계에서는 거래량이 7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권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가계대출 부실을 막기 위해 대출을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한다"면서도 "대출이 필요한 수요자에게는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핀셋 규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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