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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코스콤에 거래소까지 우롱? '크로스 P2P 미정산' 사태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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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매출채권, 선정산업체, PG사…. P2P 대출업체 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에서 터진 '미정산 사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있는 데다, 사업 구조도 낯설어서다. 그럼에도 이 사태를 살펴봐야 하는 건 '가장 안전하다'고 떠들어대던 대출 시스템에서 '미정산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크로스 미정산 사태와 의문 두번째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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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視리즈 '크로스 미정산 사태와 불편한 의문' 1편에서 설명한 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이하 크로스)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대출)을 한번 더 복기해보자. 소상공인들은 종종 현금 유동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산기한이 일주일 정도 필요한 카드매출채권을 조금 싼값에 판매(매출채권 할인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기도 한다.

매출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는 원래의 정산일에 맞춰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사)로부터 돈을 받으면 차액이 남는다. 이런 방식의 투자를 하는 곳이 크로스다. 크로스는 투자자들을 모집해 매출채권 매입 자금을 마련한다.

소상공인들의 매출채권에 오류가 없다면 이 투자 구조는 매우 안전하다. 우선 매출채권이라는 확실한 담보가 있다. 일정한 수수료를 떼고 돈을 빌려줬다가 원래 담보가치를 제3자인 PG사로부터 돌려받는 구조여서다.

물론 PG사가 정산금을 딴 데로 빼돌리지 않는다는 게 전제다. 실제로 일반적인 PG사는 카드사나 소상공인, 투자자 등과 무관하다. 그래서 PG사가 정산금을 빼돌리려 한다면 현금흐름이 멈추기 때문에 금방 들통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가 안전한 이유는 또 있다. 담보물이 자영업자의 '(카드)매출채권'이란 점에서 상황에 따라 값이 달라지지 않는다. 정산 기간도 매우 짧다. 카드매출 정산은 표면적으로는 1주일, 실제로는 3~4일이면 끝난다. 정산 기간이 짧다는 건 중간에서 PG사가 돈을 굴리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참고: 최근의 티몬ㆍ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건 이런 구조와 달랐기 때문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인 동시에 PG사를 겸하고 있었다. 정산 기간도 훨씬 길었다. 정산금이 새고 있어도 알아내기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크로스 P2P대출에서는 왜 PG사의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안전하던 투자 구조가 위험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후 크로스 측이 투자자들에게 사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쟁점➌ 해명과 허점 = 뭐가 바뀌었을까. 답을 찾기 전에 크로스 P2P대출의 구조부터 살펴보자. 크로스의 P2P대출에는 '중간단계'가 있다. 크로스와 소상공인들 사이에 끼어 있는 '선先정산업체'들이다.

이들은 소상공인들로부터 매출채권을 넘겨받아 크로스에 담보로 제공하고 P2P대출을 받는다. 아울러 매출채권을 할인하려는 소상공인들을 모집하고, P2P대출의 담보가 될 매출채권을 확인하며, PG사에 매출채권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통보하기도 한다.

역할에서 보듯, 선정산업체들과 PG사는 '독립적'이어야 한다. 1차 PG사든 2차 PG사든 마찬가지다. 그래야만 크로스가 자영업자의 매출채권이 안전한지 또는 실재하는지 선정산업체와 PG사를 통해 '더블 체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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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크로스 P2P대출은 이런 구조 자체가 무너져 있었다. 무엇보다 하나인 줄로만 알았던 PG사가 1차 PG사와 2차 PG사(R사)로 나뉘어 있었다. 크로스 측은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다양한 PG사(1차 PG사)를 통해 발생하는데, 카드사가 이들을 다 관리할 수가 없다"면서 "따라서 2차 PG사를 둬서 1차 PG사들을 관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로스와 같은 P2P 대출업체가 많은 PG사를 일일이 응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주장은 설득력이 없지 않다. 문제는 2차 PG R사의 정체성이다. 만약 R사가 크로스 등 이해관계자와 '독립적 관계'라면 별문제가 없었겠지만 R사는 그렇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대표 A씨는 다양한 선정산업체의 대표도 겸하고 있었다. A씨가 대표로 있는 선정산업체의 사내이사가 또다른 선정산업체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선정산업체 대부분이 이런 지배구조를 갖고 있었다. 심지어 개중엔 다 쓰러져가는 듯한 시골의 허름한 주택을 주소지로 둔 선정산업체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선정산업체들이 담보로 제공한 '매출채권'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크로스 측은 "R사와 거래를 시작한 2021년부터 지금까지 미정산 사고가 발생한 적 없다"면서 "따라서 R사의 대표 A씨가 선정산업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는 걸 큰 문제로 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산금이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이 문제를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2차 PG사와 선정산업체들이 이렇게 밀접하면, 크로스를 속이고 정산금과 투자금을 빼갈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 쟁점➍ 위험한 구조 = 이 문제를 사례를 들어 쉽게 풀어보자. 한 선정산업체가 자영업자로부터 100원짜리 매출채권을 받았다. 이를 담보로 크로스는 '할인된 값'인 90원을 자영업자에게 대출해줬다. 담보물건인 매출채권만 확실하다면 크로스는 며칠 후 PG사로부터 100원을 받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선정산업체가 크로스에 '없는 매출채권(허위)'을 담보로 줬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더 나아가 그 선정산업체가 PG사와 한통속이라면 크로스로선 매출채권이 '안전한 것인지' '실제로 있는 것인지'를 확인할 수 없다.

실제로 '현실에서 발생하지 않은 매출채권'이라면 크로스는 돈을 받지도 못한다. PG사가 돈을 지급할 근거인 '채권' 자체를 갖고 있지 않아서다. 바로 이것이 '크로스 P2P대출' 미정산 사태의 핵심이다. "지금까지 미정산 사태가 한번도 없었다"는 크로스의 주장과 달리, 2차 PG R사는 지난 8월 2일 돌연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800억원(투자자 자체 계산)의 투자금과 정산금은 종적을 감췄다.

사실 이 미정산 사태는 단순하지 않다. 크로스의 지분관계를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크로스의 대주주는 IT기업 코스콤인데, 이 회사의 대주주 역시 다름 아닌 한국거래소다. 피해자들의 주장대로 2차 PG사가 크로스를 농락한 게 사실이라면 코스콤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도 비판의 도마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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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콤 관계자는 이렇게 해명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코스콤은 크로스의 1대 주주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인지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합치면 코스콤보다 많다. 따라서 인지그룹이 1대 주주이고, 코스콤은 2대 주주다. 코스콤과 스타뱅크(이후 보유 지분을 인지그룹에 전량 매각)의 조인트벤처로 크로스를 설립한 후 현재까지 코스콤과 인지그룹 출신 공동대표가 회사를 운영했다."

한마디로 이상한 투자 구조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데, 이 말은 코스콤이 최소한 무능했다는 점을 시인했다고도 볼 수 있다.

몇몇 투자자는 이보다 더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한 투자자는 이렇게 꼬집었다. "크로스 P2P대출은 당초 크로스 측이 강조한 것처럼 '안전한 투자 구조'가 아니었다. 말과 달리 2차 PG사가 존재했다. 더구나 2차 PG사가 선정산업체와 특별한 관계로 얽혀 있었다면 이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렸어야 했는데, 크로스 측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리도 피해자'라는 크로스 측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해자든 그렇지 않든 크로스와 코스콤은 말을 아끼고 있다. 이번 사태가 검찰로 넘어갔으니 지켜본 다음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인 듯하다. 과연 크로스 P2P대출 미정산 사태는 어디로 향할까. 검찰은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미정산의 이유'를 찾아낼 수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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