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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고려아연 흔드는 '큰 손' MBK파트너스…경영권 분쟁 참전 명분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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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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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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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등장 이후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 하에 영풍과 함께 최대 2조원의 주식 공개매수에 뛰어들었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MBK파트너스의 참전으로 이제 경영권 분쟁 구도는 '고려아연 vs 사모펀드'로 새 국면을 맞았다.

이에 고려아연은 MBK의 이 같은 행위에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약탈적 인수합병(M&A)"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여기에 노동조합은 물론 울산시장 등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 최씨 일가와 영풍 장씨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혼돈에 빠지면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치열한 여론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사냥꾼이라는 오명을 쓴 MBK파트너스의 명분이 중요한 때다.

MBK "최 회장 취임 후 재무 건전성 악화…경영 능력 의심"



"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어 고려아연의 재무 건전성이 우려되는 바입니다."

MBK파트너스는 1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배경과 입장을 밝혔다.

고려아연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사실상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날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최 회장 취임 이후 지지부진한 주가가 이어지고,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악화된 고려아연 재무건전성으로 인해 고려아연의 순 현금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어 올해 말에는 순 부채 상황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려아연과 같이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한 산업군에 속한 기업이 대규모 순 현금 상태에서 불과 몇 년 만에 순 부채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는 점은 시장이 우려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MBK파트너스는 최 회장에 대한 배임 의혹을 제기하면서 타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 회장 주도로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거나 고려아연 본업과는 무관한 투자들이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제시한 사례로는 일례로 ▲완전 자본잠식인 기업을 매출액의 200배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투자한 '이그니오(Igneo)' ▲사법 리스크까지 거론되는 'SM엔터테인먼트' ▲평가손실 추정액만 790억원에 이르는 여행상품 플랫폼 기업 '타이드스퀘어' 등이 있다.

김 부회장은 "현재 고려아연의 기업 거버넌스는 무너졌다"며 "최윤범 회장 한 명의 의사결정에 따라 저렇게 의혹이 많은 투자를 진행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제대로 거버넌스를 세우는 게 첫 번째 추진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희는 의혹을 먼저 밝히는 것이 중요하지, 누구를 해임하거나 교체할 생각이 없다"며 "특히 고려아연이 세계적인 1등 기업이 되는데 최 회장님을 제외한 고려아연의 임직원의 어마어마한 노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기업사냥꾼' MBK를 향한 의구심



MBK파트너스 입장에서 이차전지 사업 소재 등 비철금속 제련 기술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는 시점에 글로벌 1위 제련 기업으로서 고려아연을 매력적인 기업이다. 여기에 최 회장이 주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날 김광일 부회장 또한 "트로이카 드라이브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투자전문가로서 고려아연의 잠재력과 시장 환경을 고려해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MBK파트너스의 명분은 큰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앞선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 이어 고려아연까지 지배구조 개선을 명목으로 잇따라 내부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면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기업사냥꾼이라는 오명을 쓴 이유다.

고려아연은 "(이번 지분 공개매수는)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 및 고려아연 자산 탈취가 목적"이라며 "해당 기업의 경영진, 이사회 동의 없이 강행되는 기업의 인수와 합병이 곧 적대적 M&A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정치권과 지자체, 소액주주와 노조까지 가세하면서 갈등 상황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MBK파트너스도 이날 기업사냥꾼으로서의 이미지를 벗고 우려를 해소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김 부회장은 "중국에 매각할 생각이 전혀 없다. 저희는 토종 사모펀드로 한국 정부의 감독을 받는 금융회사"라며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고 우려할 일이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희는 10년 넘게 오랫동안 투자할 것이며 '먹튀'나 그런 논란의 대상이 될 만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다정 기자 d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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