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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NYT “이스라엘 ‘삐삐 폭탄’ 직접 만들었다” 주장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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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8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무선 호출기 테러 희생자 장례식 중 한 시민이 배터리를 분리한 무전기를 들고 있다. 베이루트/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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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부터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 대원들을 겨냥해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무선 호출기(삐삐)와 무전기(워키토키) 폭탄은 이스라엘이 직접 생산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흘러들어가게 만들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18일(현지시각) 이번 사건에 대해 보고받은 전현직 국방·정보 당국자 12명 발언을 토대로 이렇게 밝히며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작전”이라고 보도했다.



전현직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직접 유령 회사를 차리고 통신기기 제조 단계부터 관여해 폭발물과 기폭장치가 든 제품들을 헤즈볼라에 여러 해 동안 팔았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3명의 정보 당국자 발언을 토대로 “(해당 기기를 제조한 것으로 알려진) 회사는 이스라엘 위장 조직의 일부”라며 “그들은 삐삐를 만든 사람들의 실제 신원을 감추기 위해 최소 2곳의 유령 회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폭발한 삐삐는 대만 골드 아폴로사 로고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골드 아폴로는 폭발한 삐삐가 자사 브랜드 사용 허가를 받은 헝가리 업체 비에이시(BAC) 컨설팅이 제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에이시 컨설팅 납품 과정에서 폭발물과 기폭장치가 심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그런데, 비에이시 컨설팅이 이스라엘의 유령 회사였다는 이야기다.



이들 업체는 일반인들에게도 삐삐를 판매했지만, 헤즈볼라 쪽에는 강력한 폭발 물질인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를 넣은 배터리가 장착된 제품을 따로 생산해 판매했다고 당국자들은 말했다. 이들 기기는 2022년 여름부터 헤즈볼라 쪽에 소량씩 공급돼왔으며,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휴대전화 원격 해킹 가능성을 우려해 내부 통신 매체를 삐삐로 제안하면서 도리어 이스라엘 당국에 ‘테러 기회’로 작용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가자전쟁이 시작된 뒤 삐삐 사용 빈도는 늘어났다. 헤즈볼라는 지난 여름 수천개의 무선호출기를 추가로 수입했는데, 이들 다수는 헤즈볼라와 헤즈볼라 지원 세력 쪽 관계자들에게 전달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후 이스라엘 쪽에서 지난 17일 삐삐를 활성화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으며, 이스라엘은 이들 제품에 폭발이 일어나기 전 헤즈볼라 고위 지도부가 보낸 것처럼 보이는 아랍어 메시지도 보냈다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다.



18일 터진 무전기 폭발 경위도 의문이다. 폭발한 무전기는 일본 회사인 아이콤(ICOM)사 모델(IC-V82)이지만 “이 모델 판매는 약 10년 전에 끝났고 구동을 위한 배터리도 생산하지 않고 있다”고 아이콤은 19일 주장했다. 아이콤은 “위조 방지 홀로그램도 붙어 있지 않아 당사가 출하한 제품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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